영혼의 허기 달랜 뉴욕 심야식당…도시의 외로움도 구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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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이용재의 맛있는 미술관
브런치 메뉴부터 커피·디저트까지…
24시간 영업하는 미국식 밥집 '다이너'
다양한 계층과 출신들이 밤낮없이 모여
영혼과 육신의 공허함을 채워가는 공간
'나이트 호크스' 속 쓸쓸함과 맞닿아
한국에선 실내포차·김밥천국 연상
브런치 메뉴부터 커피·디저트까지…
24시간 영업하는 미국식 밥집 '다이너'
다양한 계층과 출신들이 밤낮없이 모여
영혼과 육신의 공허함을 채워가는 공간
'나이트 호크스' 속 쓸쓸함과 맞닿아
한국에선 실내포차·김밥천국 연상

연말을 맞이하는 마음은 둘 중 하나일 때 가장 행복하다고 믿는다. 작년 말은 돌연 둘 중 어느 쪽도 택하기 어려운 시기였다. 대신 마음속에 불덩어리가 하나씩 들어앉았다. 강도가 아주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대개가 이글이글 타는 불덩어리다. 그래서일까. 주변에 유난히 아픈 사람이 많다. 지독한 A형 독감이 기승이라고도 했다.

호퍼는 물론 미국 미술의 대표작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나이트 호크스’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잔뜩 딸려 있다. 그중 최고는 이 작품이 <무기여 잘 있거라> <바다와 노인>의 문호(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을 거라는 이야기다. 특히 단편인 <살인자들(The Killers)>(1927)과 <깨끗하고 밝은 곳(A Clean, Well-Lighted Place)>(1933)이 언급된다.

제대로 된 다이너라면 팬케이크와 프렌치토스트처럼 우리에게도 익숙한 브런치 메뉴부터 햄버거와 스테이크 및 감자튀김의 본격적인 주요리, 심지어 거대한 풍채를 자랑하는 케이크와 파이 같은 디저트마저 겸비한다. 특히 디저트는 종종 보통의 다이너와 정말 훌륭한 곳을 구분하는 결정적인 요소로, 속이 들여다보이는 유리 벽의 원통 진열장에 담겨 뱅글뱅글 돌아가는 경우도 흔하다.
일부 다이너는 그리스 같은 유럽 국가의 분위기를 풍기는 한편 전통 음식을 내기도 한다. 이민자들이 자국의 음식 문화를 미국에 정착 및 전파하는 본거지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리스계 미국인은 “우리라고 다 다이너를 운영하는 집안 출신은 아니다”고 강변하며 정형성 혹은 낙인찍기를 부정하기도 한다.
정착 과정을 따져보면 한국에서는 실내 포차가 다이너와 닮았다. ‘포장’을 친 ‘마차(수레)’라는 이동식 음식점이 같은 메뉴를 실내에 입주해 팔기 시작하면서 ‘실내 포차’가 됐다. 요즘의 포차는 아예 ‘실내’의 딱지마저 떨군 채로 다이너 본고장인 미국에 진출할 정도의 입지로 성장했다. 한편 디저트는 팔지 않지만, 온갖 식사 메뉴를 취급한다는 점에서 ‘김밥천국’을 위시한 종합 분식집 또한 다이너와 닮았다.
이용재 음식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