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원들, 지역구 지지율 얻고자 레이건공항 노선 무분별 증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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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레이건 공항 증설 문제, 사고로 다시 수면 위로"
지역서 지지율 얻고자…美 의원들, 항공편 신설 로비
지역서 지지율 얻고자…美 의원들, 항공편 신설 로비

정치적 이해관계로 무리한 항공편 증설…안전은 뒷전?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사고가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온 레이건 공항의 항공편 증설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고 보도했다.레이건 공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3주 이상 폐쇄되기도 했다. 당시 의회에서 국방부·백악관·의사당 등 주요 시설과 너무 가깝다는 이유로 공항을 영구 폐쇄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었다.
그러나 레이건 공항이 워싱턴DC와 가까워 편리하다는 이유로 의회가 장거리 비행 제한 규정을 완화하며 최근 수십 년간 운항 횟수가 대거 증가했다. 정치인, 로비스트, 정부 관계자 등 워싱턴 방문객들이 선호하는 공항이기 때문이다.
반면 자신의 지역구에 직항 노선을 확보하려는 의원들은 이들이 인근 덜레스 공항과 볼티모어 공항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팀 케인 상원의원(민주·버지니아)과 마크 워너 상원의원(민주·버지니아)은 당시 의회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상원은 승객 안전을 보호할 책임을 방기했다"고 비판했다.
사고가 발생한 이번 위치타-워싱턴DC 직항 노선도 지난해 새롭게 신설된 노선이다. 제리 모란 상원의원(공화·캔자스)이 아메리칸항공을 상대로 노선을 추가하도록 로비한 결과다. 발레리 와이즈 위치타 공항청 항공 서비스·마케팅 매니저는 "우리 지역사회가 이 노선을 확보한 것은 엄청난 성과였다"고 평가했다.
"혼잡 문제 경고했었다"VS"충분히 안전"
앞서 연방항공청(FAA)은 2023년 보고서를 내고 "레이건 공항의 추가 항공편 증가는 운항 성능과 승객 경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FAA는 "해당 공역은 VIP(정부 고위 관계자) 및 군사 작전 비행이 많아 매우 복잡하다"며 "볼티모어·덜레스 공항보다 이착륙 지연이 훨씬 자주 발생한다"고 지적했다.레이건 공항에서는 지난해에도 상업 항공기 간 근접 사고가 여러 건 보고됐다. 하원 항공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닉 랭워디 하원의원(공화·뉴욕)은 "이번 충돌 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어야 했다"며 "연방 기관이 철저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번 사고가 레이건 공항의 수용 능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 여부보다 군 헬리콥터가 왜 해당 위치에서 훈련을 하고 있었는지, 어떤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는지가 핵심 조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케인 의원은 "오랫동안 레이건 공항의 혼잡 문제를 우려해 왔다"며 "지난해 내가 탄 비행기가 장애물을 피해 마지막 순간에 착륙한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케인 의원은 레이건 공항의 노선 증설에 반대해왔다. 마크 비시 하원의원(민주·텍사스)은 "의회는 레이건 공항의 과밀 상태와 군용기의 비행 허용 구역이 적절한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이 문제가 정치적 갈등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