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오요안나 씨. 사진=한경DB
故 오요안나 씨. 사진=한경DB
지난해 9월15일 세상을 떠난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씨가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가해자로 추정되는 동료 기상캐스터의 사회관계망(SNS) 글이 논란이다.

오 캐스터의 한 지인은 최근 자신의 SNS에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된 한 인물 A씨의 과거 SNS 글을 올리며 "쇼를 해라. 쇼를"이라고 적었다.

인용된 글을 보면 오 캐스터가 사망한 닷새 뒤인 지난해 9월20일, A씨는 SNS에 "일이 끝나고 차에 타면 와르르 무너진다"며 "지하 주차장 작은 내 차 안은 내가 가장 많이 우는 곳. 이젠 마음이 어디까지 얼마나 힘든지도 모르겠다. 어떻게든 나아져 보려고 노력하고 웃고, '할 수 있어' 다짐하던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세상은 또 다른 폭탄을 보낸다. 이제 그만 힘내고 싶다"고 적었다.

이어서 A씨는 "이겨내고, 힘내고, 회복하고, 넘어가지 않아도 그냥 평안해지고 싶은데. 나 착한 것 같고 착하게 사는 것 같은데 전생에 내가 뭘 크게 잘못한 건가. 힘들다고 말할 힘도 없는 요즘"이라고도 덧붙였다.

지난해 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있던 날에는 "뉴스 준비 내내 마음이 너무나도 아프고 참담하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말이 희망과 꿈을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반대로 한 세상을 부숴버리기도 한다. 우리 예쁜 말은 어때?" 등의 글을 올린 바 있다.

오 캐스터의 지인은 관련 글을 올리며 "네가 죽인 후배의 죽음은 마음이 안 아프냐"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7일 매일신문은 "비밀번호가 풀린 오 캐스터의 휴대전화에서 원고지 17장 분량 총 2750자의 유서가 발견됐다"며 이 유서에 특정 기상캐스터 두 명에게 받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보도했다.

MBC 측은 28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담당 부서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 알린 바가 전혀 없다"며 "유족들이 새로 발견됐다는 유서를 기초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다면 MBC는 최단 시간 안에 진상조사에 착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오 캐스터 유족 측은 "MBC에 사실관계 요청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스스로 조사하고 진정 어린 사과 방송을 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오 캐스터는 앞서 지난해 9월, 2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