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풍전야에 금값 사상 최고가…'관세 직격탄' 구리값도 고공행진 [원자재 포커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위협이 무역 갈등과 인플레이션 우려를 증폭시키면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금으로 몰리고 있다.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관세 직격탄'을 맞는 구리 가격도 급등하는 등 원자재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금 현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3% 상승한 온스당 2799.65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10월 최고치를 돌파했다. 올 들어 금 가격은 7% 올랐다. 은 가격도 온스당 31.58달러로 전장 대비 2.5% 상승했다.
관세 우려에 뉴욕상품거래소(COMEX)서 치솟은 국제 금값. (자료=FT)
관세 우려에 뉴욕상품거래소(COMEX)서 치솟은 국제 금값. (자료=FT)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거듭 공언하는 등 글로벌 무역 갈등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 수요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1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에도 추과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위협했지만 구체적인 세율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투자자들은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을 대거 매입하고 있다. 대선 이후 금 재고가 75% 증가해 현재 COMEX의 금 보유량은 총 3040만 트로이온스, 850억달러 규모로 집계됐다. 금이 뉴욕으로 몰리면서 런던에서는 즉시 인출 가능한 금이 부족해졌다. 영국 중앙은행(BoE)에서 금을 출고하는 데 최대 8주가 소요되는 상황이다.

미국 달러가 비교적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도 금값 상승을 부추겼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다른 통화로 금을 매입하는 것이 더 저렴해지기 때문이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지속적으로 금을 매입하고 있는 점도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금 선물의 공매도 포지션은 2020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금뿐만 아니라 구리와 알루미늄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서 지난 27일 트럼프 대통령은 구리·알루미늄·철강 등 군사 장비 생산에 필수적인 금속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다음날 COMEX에서는 구리 매수세가 증가하며 가격이 0.9% 상승한 톤당 9415달러를 기록했다. 런던금속거래소(LME) 구리 가격과의 프리미엄은 톤당 389달러까지 확대됐다.

미국은 구리의 38%를 수입에 의존하며, 알루미늄의 경우 전체 소비량의 82%를 캐나다·멕시코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금속의 미국 내 생산을 늘리겠다는 계획이지만 전문가들은 새로운 인프라 구축과 전력 계약이 필요해 이를 실행하기 위한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소요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관세 부과가 오히려 미국 내 원자재 가격 상승을 초래해 소비자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나탈리 스콧그레이 스톤엑스 수석 금속 애널리스트는 "미국 제조업체들은 당분간 수입 비용 증가분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