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 불법 주차 과태료 2300억…강남구 압도적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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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유모 씨(56)는 아침마다 차량 앞유리에 붙은 주정차 위반 딱지를 떼는 것이 일상이 됐다. 퇴근 후 늦은 밤 집 근처에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길가에 세운 차가 단속에 걸린 것이다. 유 씨는 “구청에서 단속을 나오지 않더라도 이웃주민들이 수시로 사진을 찍고 신고하면서 동네가 북한처럼 감시사회가 된 것 같다”며 “주먹구구식으로 과태료만 부과할 게 아니라 현실적인 주차 대책부터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불법 주정차에 대한 주민 신고 시스템이 더해지면서 단속 건수와 과태료 부과액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지난 3년간 주정차 위반 차량에 과태료를 부과한 액수가 2300억 원을 돌파했다. 서울의 주요 경제 중심지로 꼽히는 강남·강서·서초구가 높은 과태료 부과액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단속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주차 공간 부족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법주차 과태료 2년새 6.2% 증가 … 강남구 86억원, 강서·중구는 54억원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2022년 728억 3731만 원이던 불법 주정차 과태료 부과액이 지난해 773억 5346만 원으로 2년 새 6.2% 증가했다. 자치구별로는 강남구가 86억 7000만 원으로 가장 많은 과태료를 부과했으며, 강서구와 중구는 각각 54억 원, 서초구는 51억 5000만 원을 기록했다.불법 주정차 과태료는 한 건당 약 3만5000원으로 서울시와 각 구청의 교통사업 특별회계로 편성된다. 주로 공영주차장 신설, 기존 주차장 확장, 노상 주차장 정비 등 주민들의 주차 불편 해소를 위한 시설 투자에 쓰여야하지만 서울 도심은 땅값이 높아 주차구역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평일 낮 시간대 주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대형 상업시설과 기업 밀집 지역에서 불법 주정차 과태료 부과액이 두드러졌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상업지구와 고밀도 주거지구가 밀집해 있어 상시적인 주차 공간 부족과 교통혼잡 문제가 주 원인으로 꼽힌다. 강서구는 대규모 주거단지와 김포공항, 마곡지구 등에서의 차량 밀집과 주차 공간 부족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지목된다.
서울시 전체 교통민원 80%가 불법 주정차 … “24시간 감시 사회되나” 우려도
국민신문고 등 불법주정차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관련 민원도 급증했다. 과거에는 증거자료를 들고 구청 민원실 등을 직접 찾아야 신고가 가능했지만 2005년 각종 민원을 통합해 관리하는 국민신문고 웹사이트가 생겼고, 2012년부터 애플리케이션(앱)이 출시되면서 신고가 활성화됐다.
2019년 97만 166건이던 불법 주정차 민원은 지난해 148만 455건으로 52.6%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 민원도 늘어났지만 불법 주정차가 전체 교통 민원의 약 80%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단속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도로 곳곳에 과속 단속 장치와 CCTV가 달려있고, 여기에 개인의 스마트폰, 차량 블랙박스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24시간 ‘감시(監視) 사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서울시는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 기반의 단속 시스템을 확대하고 단속이 빈번한 지역의 맞춤형 교통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공공 주차장 확대, 사설 주차장과의 연계 협력 등을 통해 주차난 해소에 집중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과태료 수익은 교통 안전 시설 확충과 주민 편의 사업에 활용하고 있으며, 주차난 해결을 위한 예산 편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