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지혜가 끝나는 곳에서 우리의 지혜가 시작된다 [고두현의 인생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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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지혜가 끝나는 곳에서 우리의 지혜가 시작된다 [고두현의 인생명언]](https://img.hankyung.com/photo/202501/01.39367976.1.jpg)
방대한 분량의 장편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의 말이다. 그가 병마와 싸우면서도 필생의 대작을 완성할 수 있었던 비결이 곧 독서와 사색이었다.
미국 터프츠대 아동발달학과 교수이자 인지신경과학자인 매리언 울프는 <책 읽는 뇌>에서 독서와 뇌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그는 “애초에 인간의 뇌는 독서를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인간이 문자를 읽고 그 안의 상징을 이해하는 과정에는 뇌 회로의 연결이 필요한데, 인류가 문자를 발명하고 발전시키는 와중에 뇌가 기존 회로를 재편성해 이를 해독하는 쪽으로 바뀌어 왔다는 것이다.
문자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도 뇌가 독서에 맞춰 진화했다는 점을 확인시킨다. 같은 표의음절문자에 속하는 고대 수메르어를 읽는 사람과 중국어를 읽는 사람의 뇌는 비슷하게 움직인다. 이런 문자는 물체 인지에 사용되는 후두와 측두의 주요 부위, 좌우 뇌에 있는 시각영역을 넓게 활성화시킨다.
그런데 남자아이는 왜 여자아이보다 더 늦게 글을 깨칠까. 그것은 뇌 신경의 통합을 촉진하는 지방질 피복 수초가 늦게 발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섯 살이 되기 전 아이들에게 독서를 가르치고 강요하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경솔한 일이라고 한다.
매리언 울프는 난독증 연구가로서 독특한 관점을 펼쳐 보인다.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과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과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천재적인 창의성을 발휘한 인물들이지만 난독증을 겪었다. 이들은 왜 독서에 어려움을 겪었을까.
소크라테스가 ‘문자 언어의 확산’을 비판한 이유도 그렇다. 양방향 대화를 통한 지식의 고양을 중시했던 소크라테스는 ‘대화를 차단하고 암기의 가치를 훼손하는 훼방꾼’으로 문자를 대했다.
현대사회에서는 많은 부모가 컴퓨터 게임과 디지털 영상에 빠진 아이가 문자를 도외시할까 걱정한다. 그러나 울프는 디지털을 피하려고 무조건 책을 떠안기는 ‘기능적인 독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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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용을 포함해 '고두현의 인생명언' 지난회 분은 새로 나온 책 <명언 필사>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작가의 지혜가 끝나는 곳에서 우리의 지혜가 시작된다 [고두현의 인생명언]](https://img.hankyung.com/photo/202501/01.39368065.1.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