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 감베타 IBM 왓슨리서치센터 부사장이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요크타운하이츠연구소에서 양자컴퓨터 ‘퀀텀시스템1’의 내부를 보여주며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제이 감베타 IBM 왓슨리서치센터 부사장이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요크타운하이츠연구소에서 양자컴퓨터 ‘퀀텀시스템1’의 내부를 보여주며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IBM도 이미 딥시크와 유사한 기술을 인공지능(AI) 개발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딥시크 등장의 교훈은 ‘중국보다 빨리 움직여야 한다’는 겁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요크타운하이츠의 IBM 왓슨리서치센터.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 쇼크로 IBM의 기술 개발 방향이 바뀌는지 묻는 질문에 닉 풀러 AI·자동화 부문 부사장은 “딥시크가 공개한 기술은 IBM도 이미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픈AI의 챗GPT는 전체 네트워크가 한 번에 학습과 연산을 수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연산량이 방대하고 그만큼 에너지도 많이 소모된다. 반면 딥시크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 네트워크만 활용해 연산을 수행하는 ‘전문가 조합 방식(MoE)’을 쓴다. 연산량이 줄면서 성능도 유지할 수 있는 방식이다. 풀러 부사장은 “(딥시크의 출현은) 우리가 가던 길이 옳았음을 시장이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딥시크를 신경 쓰는 분위기였다. 풀러 부사장은 “방금 전까지도 IBM의 AI 연구팀과 함께 전략 회의를 하고 왔다”며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지금까지 해왔던 방향으로 더 빨리 가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특파원
뉴욕 요크타운하이츠
박신영 특파원 뉴욕 요크타운하이츠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발표를 하며 딥시크 관련 질문에 “IBM은 기업들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도입하는 데 좀 더 작은 모델과 합리적인 모델 훈련 시간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며 “이런 접근 방식을 통해 추론 비용을 최대 30배까지 절감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답변했다.

IBM은 홍수 경로 탐지, 산불 모니터링 등 자연재해와 관련한 예측 모델도 만들었다. IBM 관계자는 “지리 공간 AI 관련 시장은 연간 90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IBM은 양자컴퓨터 경쟁에서도 선두 그룹에 속한다. 기존 컴퓨터는 비트라는 연산 단위를 활용해 순차적으로 연산하지만 양자컴퓨터는 큐비트라는 연산 단위를 사용해 여러 개를 동시에 ‘병렬 연산’한다. 엄청난 양을 동시에 처리해 계산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IBM 왓슨리서치센터에서 양자컴퓨터 부문을 이끄는 제이 감베타 부사장은 “양자컴퓨터의 현재 수준은 동시에 100큐비트를 연산할 수 있지만 2029년까지 1억 큐비트 이상 연산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게 목표”라고 소개했다. 양자컴퓨터가 지금보다 성능이 좋아지면 암호화폐를 해킹할 수 있다고도 했다. 5년 내 연산 능력이 100만 배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컴퓨터론 수십억년 소요되는 암호화폐 해킹을 양자컴퓨터는 몇 시간 내 풀 수 있다고도 했다.

감베타 부사장은 “양자컴퓨터의 가장 큰 과제는 오류를 최소화하고 양자 연산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라며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물리학 컴퓨터공학 수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이런 글로벌 협력체계가 없어 미국을 따라잡기 힘들다”고 했다. IBM은 현재 미국 독일 일본 한국 스페인 등 5개국에 양자컴퓨터를 설치한 상태다. 감베타 부사장은 “한국은 알고리즘과 교육 부문에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