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유모씨(56)는 아침마다 차량 앞유리에 붙은 주정차 위반 딱지를 떼는 것이 일상이 됐다. 퇴근 후 늦은 밤 집 근처에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길가에 세운 차가 단속에 걸린 것이다. 유씨는 “주먹구구식으로 과태료만 부과할 게 아니라 현실적인 주차 대책부터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불법 주정차에 대한 주민 신고 급증으로 서울시가 최근 3년간 부과한 주정차 위반 과태료가 2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파파라치’식 주차 단속보다 공영 주차장 확대 등 만성적인 주차난 해소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31일 서울시 에 따르면 불법 주정차 과태료 부과액은 지난해 773억5346만원으로 2022년(728억3731만원) 대비 6.2% 증가했다. 자치구별로는 강남구가 약 86억7000만원으로 가장 많은 과태료를 부과했으며 강서구와 중구가 각각 54억원대, 서초구는 51억원대를 기록했다.

불법 주정차 과태료 상위권 자치구는 대형 상업시설과 기업 밀집 지역을 포함하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상업지구와 주거지구가 밀집해 주차 공간 부족과 교통 혼잡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강서구는 김포공항, 마곡지구 등에서의 차량 밀집 문제가 과태료 증가 요인으로 분석된다.

주정차 위반 과태료 증가는 국민신문고 등 불법 주정차를 시민이 자발적으로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 등장한 영향도 크다. 과거에는 증거 자료를 들고 구청 민원실 등을 직접 찾아야 신고할 수 있었지만 2005년 각종 민원을 통합해 관리하는 국민신문고 웹사이트가 생겼고, 2012년 앱이 출시돼 신고가 활성화됐다. 2019년 97만166건이던 불법 주정차 민원은 지난해 148만455건으로 52.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 민원도 늘어났지만, 불법 주정차가 전체 교통 민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80%까지 급증했다.

불법 주정차 과태료는 건당 약 3만5000원으로 각 구청의 교통사업 특별회계로 편성된다. 시민들이 신고하는 즉시 각 지방자치단체 담당 직원이 직접 단속에 나선다. 징수된 과태료는 주로 공영주차장 신설, 기존 주차장 확장, 노상 주차장 정비 등 주민 주차 불편 해소를 위한 시설 투자에 쓰인다.

전문가들은 단속 강화만으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로 곳곳에 설치된 단속 장치에 더해 개인의 스마트폰과 차량 블랙박스까지 결합하면 사실상 24시간 ‘감시 사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신고가 교통 환경 개선과 단속 공백 보완 등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시민들이 파파라치처럼 서로를 감시하고 신고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권용훈/오유림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