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뒤흔든 트럼트 '관세 폭탄'…"반도체·석유도" [글로벌마켓 A/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당일부터 언급한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을 상대로 한 관세 부과 방안이 내달 1일부터 발효된다. 예상보다 빠른 관세 압력과 이로 인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미 뉴욕증시가 장 막판 크게 흔들렸다.

현지시간 3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0.64포인트, 0.5% 내린 6,040.53,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54.31포인트, 0.28% 하락한 1만 9,627.44를 기록했다. 애플을 비롯해 금융, 제조, 보험주 등도 줄줄이 하락한 여파에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337.47포인트, 0.75% 빠진 4만 4,544.66으로 거래를 마쳤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하루 전보다 4.1bp 오른 4.553%로 뛰었고,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달러 인덱스는 0.53% 상승한 108.37을 기록했다.

미 백악관은 이날 오후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중국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언이 “내일부터 발효될 것"이라고 밝혔다. 캐롤린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오 로이터를 통해 알려진 관세 부과 시점의 3월 1일 연기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대통령과 오벌오피스에 함께 있었고, 1일 시행 방침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이 불법적으로 조달하여 우리나라에 유통하도록 허용한 펜타닐에 대한 보복 조치”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벌오피스에서 관세 부과에 대한 이러한 행정명령 방안에 서명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우리는 모든 형태의 의약품과 제약을 취급할 것이고, 매우 중요한 철강과 반도체 관련한 것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석유와 가스에 대한 관세 부과는 2월 18일쯤 될 것이라며, 철강에 많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이러한 관세 위협은 유럽연합과 나머지 국가들로 확대될 가능성도 커졌다. 앞서 트럼프는 4월 1일까지 전반적인 무역 문제와 관세에 대한 보고서를 내도록 명령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한 자유무역협정 등의 재협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장 뒤흔든 트럼트 '관세 폭탄'…"반도체·석유도" [글로벌마켓 A/S]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과 멕시코, 캐나다는 관세를 피하기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양보를 기대하지 않으며 관세를 더 인상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도체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또한 석유와 가스에 대한 관세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바클레이스는 캐나다·멕시코·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S&P 500 기업들의 수익이 평균 2.8% 감소할 수 있다고 보고, 글로벌 공급망 재조정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에버코어 ISI는 S&P500 지수가 단기적으로 3~5%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오전 지난 12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년대비 2.6%, 근원 PCE 물가지수가 2.8%로 시장 예상에 부합하면서 안도랠리를 보이던 지수는 정오 이후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편 연준 인사들은 통화 정책을 두고 여전히 큰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매파인 미셸 보우먼 이사는 이날 뉴욜리언스에서 열린 포럼에서 “지난 1년간 금융 여건이 완화하면서 인플레이션 둔화를 더디게 만들었다”며 “인플레이션 하락이 재개되는 것을 확인한 뒤에 목표 범위를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2% 인플레이션 목표를 향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갖게 됐다”며 “12개월에서 18개월 뒤에는 지금보다 금리가 상당히 낮아질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집계한 페드워치(FedWatch) 기준 3월 금리 동결 확률은 82%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형 기술기업들의 주가는 부진한 실적과 트럼프 정책 영향에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세계 최대 기업인 애플은 지난 2025 회계연도 1분기 주당순이익이 2.4달러로 시장 예상인 2.35달러를 웃돌았으나, 핵심인 아이폰의 중국 매출이 전년대비 11% 감소하면서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서비스 부문의 다음 분기 성장률도 한 자릿수 초반으로 성장 둔화를 보이고 있다. 애플은 올해 상반기 보급형인 아이폰SE와 무게를 줄인 아이폰17을 하반기에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화웨이 등 중국의 주요 기업들의 성장 속도가 빨라졌고, 이번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한 보복 조치 등의 가능성으로 인해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오전까지 3% 가량의 상승을 보인 애플은 이를 모두 반납한 채 -0.67% 하락 마감했다.
시장 뒤흔든 트럼트 '관세 폭탄'…"반도체·석유도" [글로벌마켓 A/S]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도 이날 -3.73% 하락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비공개 회동을 가질 예정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이 먼저 전해지면서 시장의 매도세가 크게 나타났다. 전날 실적을 공개한 인텔은 오는 1분기 매출 전망치가 117억 달러에서 127억 달러로 시장 예상치 128억 달러를 크게 밑돈데다, 설비 투자 규모를 당초 발표보다 50억 달러 감축하기로 하면서 2.9% 내렸다. 팻 겔싱어 전 최고경영자 자리를 대신한 홀츠 하우스 공동 CEO는 엔비디아, AMD 등과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대형 원유 기업들은 부진한 정제 마진으로 인해 주가 하락을 보였다. 셰브론은 지난 분기 조정 주당 순이익은 2.06달러로 전년대비 40.3%나 줄었다. 엑슨 모빌도 매출액이 전년보다 5.5% 감소하고, 조정 주당순익이 14.3% 감소하는 등 예상을 밑도는 성적을 공개해 -2.5% 하락했다.

2월에 접어든 시장은 주요 고용 지표와 대형 기술기업 실적에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오는 3일 장 마감 이후 팔란티어, 이튿날인 4일은 알파벳과 치폴레가 실적을 공개한다. 5일은 노보노디스크가 개장 전, 퀄컴과 Arm홀딩스,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장 마감 이후 실적을 공개하고, 목요일인 6일은 오전에 일라이릴리, 장 종료 후 아마존의 실적을 확인할 수 있다. 오는 7일은 연준의 통화 정책 결정에 영향을 주는 1월 비농업 고용보고서 발표가 예정되어 있다.


김종학기자 jh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