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의 양대 주축인 독일과 프랑스가 지난해 나란히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대서양 건너편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걱정할 만큼 호황인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유럽 빅2의 경제 부진은 혁신 부족과 에너지정책 실정에 따른 제조업 경쟁력 추락, 경직된 노동시장, 정치 혼란이 뒤엉킨 결과라는 진단이 나온다.

독일은 지난해 –0.2%의 성장률로 2023년(-0.2%)에 이어 2년 연속 역성장했다. 독일 경제가 2년 연속 후퇴한 것은 통독 후유증에 시달리던 2002~2003년 이후 21년 만이다. 올해 역시 사정이 별반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독일 정부는 올 성장률 전망치도 1.1%에서 0.3%로 대폭 낮췄다.

독일의 저성장 원인은 정책 실패와 왜곡된 산업구조, 근로 의욕 저하 등 다층적이다. 주요인은 탈원전을 고집한 에너지정책 실정의 후과다. 러시아 천연가스에 의존하던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입이 막히자 치솟는 에너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제조업 경쟁력을 상실했다. 자동차와 중국에 과도하게 편중된 산업 및 무역 구조, 복지수당에 기댄 국민의 근로 의욕 저하도 경제 체력을 떨어뜨린 요인이다.

프랑스는 2023년 0.7% 성장에서 지난해 –0.1%로 뚝 떨어졌다. 정치 혼란이 경제 발목을 잡은 케이스다. 작년 여름 조기 총선 이후 심각한 정치 분열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10%에 이르는 국가채무에 따른 재정적자를 해소하지 못한 여파다. 독일과 프랑스의 사례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두 나라의 위기 요인과 우리 상황이 무척이나 닮은꼴이다. 독일 이상으로 제조업 비중과 중국 의존도가 높으며, 프랑스와는 비교도 안 되는 극단적 정쟁으로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까지 초래했다. 노동시장 경직성 역시 유럽 이상이며, 유럽 전역에 만연한 복지병 조짐이 우리에게도 완연하다. 유럽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정치 안정을 바탕으로 한 구조개혁 외에는 해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