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과 LG그룹이 태양광발전부터 에너지저장장치(ESS), 에너지관리 소프트웨어(EMS), 전기차 충전에 이르는 ‘통합 전기 발전사업’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국내외 발전회사 및 각 가정에 ESS와 태양광 모듈 등 낱개 제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두 회사의 역량을 묶어 패키지로 내놓으면 가격 및 품질 경쟁력이 크게 높아진다는 판단에서다. 두 그룹은 핵심 제품 개발·판매 협력은 물론 장기적으로 배터리 공장을 공동 설립하는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두 그룹은 올 하반기 한화솔루션이 만든 태양광 모듈, LG에너지솔루션의 ESS, 한화와 LG가 공동 개발한 EMS, 한화모티브의 전기차 충전기 등을 결합한 가정용 에너지 솔루션 제품을 출시한다. 민관 발전 사업자에 각각 태양광 모듈과 ESS를 공급해오던 한화와 LG가 통합 제품을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태양광발전은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 모듈과 이를 저장하는 ESS, 저장해 놓은 전기를 필요할 때 내보내는 인버터, EMS 등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에 필요한 제품을 두 회사가 공동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태양광발전과 관련된 모든 시스템을 패키지로 묶어 파는 미국 테슬라 모델을 도입한다는 의미다. 이 시장 1위인 테슬라는 태양광 모듈과 ESS, EMS 등이 담긴 태양광발전 패키지 사업으로 분기마다 1조원이 넘는 이익을 내고 있다.

한화와 LG는 태양광발전과 관련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극대화해줄 수 있다고 판단해 의기투합했다. 두 회사는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로 미국 태양광발전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태양광 모듈의 짝꿍인 ESS용 배터리 공장을 함께 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발전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2.0 시대에 훨씬 더 커질 것”이라며 “한화 태양광 모듈과 LG 배터리의 품질,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힘을 합치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태양광 패키지 이어 배터리 공장도 함께…한화·LG "UAM도 협력"

美에 뜬 K에너지 드림팀
美 가정용 전기 발전제품 시장…테슬라 점유율 30~40% 달해

태양광 패키지 이어 배터리 공장도 함께…한화·LG "UAM도 협력"
테슬라가 보유한 타이틀은 ‘세계 1위 전기자동차 회사’뿐만이 아니다. 미국 가정용 발전 시장을 점령한 기업도 테슬라(점유율 30~40% 추정)다. 테슬라에너지 홈페이지에서 클릭 몇 번만 하면 직원이 가정을 방문해 태양광발전기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충전기,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을 한 번에 설치해준다. 2022년까지 매년 적자를 낸 테슬라에너지 부문은 ‘통합’ 서비스가 궤도에 오르며 이익을 내는 회사로 변신했다. 따로 놀던 태양광발전 시장을 하나로 묶은 덕분에 매출 100억달러(지난해 추정치)에 30억달러 안팎을 영업이익으로 남기는 ‘알짜 사업’으로 키울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태양광 모듈 및 ESS 시장 강자인 한화그룹과 LG그룹이 손잡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회사가 힘을 합쳐 가성비 좋은 ESS, 태양광 모듈, 전력 운영 장치 등을 패키지로 내놓으면 테슬라와 겨뤄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다.

“테슬라를 잡아라”

최근 미국 신재생에너지 시장 트렌드는 통합이다. 각각의 회사가 공급해온 태양광 모듈과 ESS, 인버터(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를 가정용·산업용 전기로 바꿔주는 장치), EMS 등을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는 방식이다. 편의성과 호환성을 감안할 때 통합 서비스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시장을 개척한 건 테슬라였다. 전기차를 만들면서 배터리 노하우를 익힌 테슬라는 태양광 모듈로 생산한 전기를 저장하는 ESS 분야 최강자 중 하나다. 가정용 ESS(파워월)와 대형 발전사용 ESS(메가팩) 제품을 두루 갖췄다. 2016년엔 태양광 패널 회사 솔라시티를 손에 넣으며 태양광발전 생태계를 구축했다. 테슬라는 태양광발전에 필요한 모든 제품을 통합해 ‘테슬라 생태계’를 조성했다. 여러 시스템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테슬라 시스템은 각각의 시스템을 엉성하게 묶어놓은 다른 제품을 압도했다.

한화와 LG는 테슬라처럼 혼자 모든 생태계를 꾸리기보다 동맹을 택했다. 한화와 LG는 엄청난 투자를 통해 태양광발전 생태계의 양대 축인 태양광 모듈과 ESS용 배터리 시장의 메이저 플레이어로 올라선 터다. 여기에 EMS, 전기차 충전 등 비어 있는 부문만 채우면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테슬라에 맞설 만한 태양광 통합 사업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두 회사는 올해 하반기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모듈, LG에너지솔루션의 ESS에 양사가 공동 개발한 EMS, 한화모티브의 전기차 충전기 등을 통합한 제품을 내놓는다.

한화-LG 동맹 확대되나

한화 및 LG는 테슬라 및 일본·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공동 연구개발(R&D)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서로의 제품 간 호환성을 높이는 작업을 벌이는 데 이어 태양광으로 만든 전기를 보다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에너지 최적화가 통합 에너지솔루션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포인트가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ESS 배터리 개발에 한화솔루션이 참여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두 회사는 예상대로 판매가 늘어나면 미국에 ESS 배터리 공동 생산라인을 세우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업계에선 이번 동맹이 두 그룹 모두에 윈윈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산 태양광 모듈에 밀려 위기에 빠진 한화솔루션과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어려움을 겪는 LG에너지솔루션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어서다.

두 그룹의 협력이 더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 중인 도심항공교통(UAM)에 들어갈 배터리를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