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열린 부산 핀테크허브 성과 발표회.  /핀테크허브 제공
지난해 12월 열린 부산 핀테크허브 성과 발표회. /핀테크허브 제공
부산지역을 대표하는 물류 반품 상품(리퍼브) 거래 기업 팜코브가 테크핀기업 전환을 시도한다. 부산 핀테크허브의 지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핀테크허브는 핀테크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부산시가 설립한 지원기관이다.

◇팜코브의 변신

입주사 매출 1000%↑…부산 핀테크허브의 힘
팜코브는 리퍼브 제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플랫폼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2021년 2억7000만원이던 이 업체의 매출은 이듬해 7억1000만원, 2023년 20억4000만원으로 드라마틱하게 증가했다. 작년 매출은 70억원으로 추정된다.

팜코브의 매출이 두드러지게 증가한 배경에는 핀테크허브의 지원이 있었다. 소비자 중심의 플랫폼 구조를 기업 간 거래(B2B)로 전환한 게 매출 급성장의 비결이다. 이마트 등 대형 유통사의 리퍼브 제품을 오프라인 전문 매장과 연결하며 규모를 키웠다.

2023년부터 시작한 B2B 사업으로 거래 규모가 커졌다. 여기서 쌓인 데이터는 물류기업에서 테크핀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씨앗이 됐다. 테크핀은 핀테크처럼 금융과 기술이 결합한 용어로 기술을 더 강조한 개념이다.

팜코브는 중고 가격 추정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일반 새 상품은 소비자가격이 정해져 있지만 중고품은 정확한 가격이 없고 ‘상인의 감’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었다. 팜코브가 리퍼브 제품의 정확한 시장 가격을 계산하는 모델을 개발한 것이다. 양정환 팜코브 대표는 “유통사에서 사들인 제품의 권장소비자가격은 사실상 없는 셈이었다”며 “대량 거래 데이터를 통해 과학적인 가격을 산정했고, 과학적 재고 관리로 기업형 사업 전환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기술도 결합했다. 팜코브의 리퍼브 거래 플랫폼 땡큐마켓에는 일부 제품 가격이 실시간으로 변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추정 모델에 따른 가격에 더해 AI가 소비자의 장바구니에 담긴 제품을 분석하며 수요에 따른 실시간 가격 변동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클러스터 중심지로 떠오른 핀테크허브

팜코브처럼 핀테크허브를 거쳐 간 기업 중 상당수가 굵직한 성과를 내고 있다. 2019년 운영 이후 올해까지 97개 기업이 입주했는데, 이 중 약 32%인 31개사가 1000% 이상의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다양한 업종의 스타트업이 핀테크허브에 입주한 뒤 팜코브처럼 핀테크 또는 테크핀 기업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핀테크허브가 지역 주요 산업을 하나로 모으는 등 일종의 클러스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토교통부와 부산시는 핀테크허브의 가능성을 보고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부산시 역시 문현금융단지와 북항 일대를 금융기회발전특구로 지정해 지역에 특화한 핀테크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