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건서의 은퇴사용설명서] 조건 없는 배움이 아름다운 노후를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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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

그럴 때 조건 없는 배움이 좋은 대안이다. 학교 다닐 때는 그놈의 점수를 올리려고 밤새워 공부한 추억도 있다. 입학시험을 위해, 입사를 위해, 승진을 위해,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를 하고 책을 달달 외우는 벼락치기도 해봤다. 그것도 공부의 하나지만, 재미없고, 지루하기만 한 전쟁이었다. 입시전쟁, 입사전쟁, 승진전쟁, 시험전쟁 등. 시험을 위해 하는 공부는 목적이 있는 배움이었다. 목적이 있는 배움은 그 목적이 달성되고 나면 더 이상 시간을 투자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조건이 없는 배움은 기쁨이 있다. 즐거움이 있다. 그냥 신나게 놀이 하듯 공부할 수 있다. 조건 없는 배움으로 혼자 놀며, 혼자 공부하고, 혼자 책보고, 혼자 동영상 보며 외로움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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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책을 통한 배움의 방법은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전통적이다. 글자로 인쇄된 책을 읽는 것이다. 책에는 내가 알고 싶은 대부분의 정보가 활자화돼 있다. 그 활자를 읽으며 감동을 받기도 하고, 지식을 늘리기도 하고, 책의 저자와 깊은 대화도 한다. 그런데, 우리가 읽는 책의 대부분은 사라진다. 책 내용 중에 나중에 기억나는 것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한 번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감동받은 내용은 기억의 저편 또는 뇌의 어느 부분에 저장돼 있다. 그것이 나중에 입을 통해 나오기도 하고, 어느 순간 기억나기도 한다. 그러니 책은 일단 많이 읽어야 한다. 필요하면 한 권을 여러 번 읽은 것도 좋다. 속독과 정독을 번갈아가며 해도 좋고, 밑줄을 치며 읽어도 좋다. 그냥 눈으로만 읽어도 된다.
수많은 책을 다 사서 읽을 수는 없으므로 도서관을 활용하거나, 아니면 시원한 서점에서 죽치고 앉아 원하는 책을 읽는 것도 커다란 즐거움이다. 대형 서점에 가면 수천, 수만, 수십만 종의 책이 서가를 가득 채우고 있다. 하나씩 제목만 보고 지나가도 하루 종일 걸린다. 개가식 도서관에서 분류된 책 제목을 눈으로 훑는것도 권장할만하다. 대형 서점에서와 마찬가지로 속 내용을 보지 않고 제목만 읽어도 그 중에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발견했으면, 구입하거나 또는 빌려서 안에 있는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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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유튜브를 통한 배움의 방법은 누구나 가능하다. 동영상을 보며 귀로 들을 수 있는 유튜브 방송은 이제 어떤 분야이든 전문가가 나서서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전달해준다. 보는 사람이 많아지거나, 구독자가 늘어나거나, 방송시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큰 수익이 보장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 달에 수천만 원, 수억을 버는 유명 유튜버도 등장했다. 유명 유튜버가 아니라도 자신의 분야에서 갈고 닦은 기술과 지식,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초보자부터 전문가 수준에 이르기까지 유튜브는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TV는 내가 보기 싫더라도 억지로 봐야하지만, 유튜브는 보기 싫으면 안 봐도 되고, 나중에 다시 보기를 해도 되고, 이어서 보기를 해도 되니 일방적으로 송출하는 TV와는 다른 재미가 있다. 키워드 검색을 통해 내가 필요한 방송을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루에도 수백만 개의 동영상이 올라오고, 필요한 경우 생방송에 참여할 수도 있어 가히 유튜브 천국이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것도 많다. 검증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고,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자극적인 방송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좋은 방송인지, 나쁜 방송인지를 분간해내는 능력도 필요하다. 유튜브를 통한 배움은 돈이 들지 않는다. 물론 일부에서는 일정한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광고를 보는 것으로 대신한다. 필요하다면 유료로 결제하고 배움을 계속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하나, 유튜브에 중독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알고리즘 자체가 비슷한 방송을 먼저 보여주는 형식이므로 빠져들기 시작하면 하루 종일 유튜브에서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필요한 방송만 보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재미있어도 시청을 중단해야 한다. 자신을 스스로 다독여야 한다. 중독의 피해는 심각해서 밤에 잠을 잘 때도 유튜브 방송을 틀어놓고 선잠을 자는 사람도 있다.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들어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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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인 chat GPT, 하이퍼클로바X, bard, bing, askup 등을 활용해 조건 없는 배움이 가능하다. 어떤 질문이든 입력하면 AI가 수초 만에 자료를 검색해서 대화형으로 답변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모든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므로 한 사람이 갖고 있는 지식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질문만 잘 하면 책 한 권도 뚝딱 만들어낸다. 상황을 묘사하면 그림도 그리고, 기사를 써 달라고 하면 금방 만들어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을 잘 하는 것이다. 앞에 있는 사람에게 질문하듯이 자연스럽게 질문을 하면, AI가 답변을 해준다.
'우주 빅뱅에 대해서 알기 쉽게 설명해주세요'라고 하이퍼클로바X에 질문을 해봤다. 1초 후에 “대폭발(빅뱅) 사건은 고밀도 및 온도의 초기 상태에서 어떻게 우주가 팽창했는지 설명하는 물리 이론입니다. 대폭발의 다양한 우주론적 모형은 관측 가능한 우주의 초기 알려진 기간부터 이후의 대규모 형태까지의 진화를 설명합니다. 빅뱅 이론은 오늘날 관측되는 우주의 팽창성을 토대로 추정되는 우주의 기원 가설로, 이를 되짚어 태초에는 모든 에너지가 한 점에 모여 있었으며, 이것이 137억 9900만 년(±210만 년) 전 대폭발을 일으켜 우주를 형성했을 것이라는 이론입니다. 1920년 러시아의 수학자 프리드만이 최초로 주장한 이래 이를 지지하는 많은 증거가 관측되며 정상우주론을 제치고 정설로서 자리잡았습니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이제는 검색의 시대가 지나고 대화형 AI의 시대가 되었다. 그러니 다양한 AI와 대화를 하며 조건 없는 배움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조심할 것은 이러한 생성형 AI도 거짓말을 잘 한다는 점이다. 그것도 아주 지능적으로 거짓말을 하니, 이에 대한 자신만의 대응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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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에서 은퇴하고 나면 시간이 많이 남는다. 은퇴 후 30년은 학교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한 30년과 비슷한 기간이다. 이 시간을 가치있게 쓰기 위해 배우는 시간을 늘려보자.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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