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불확실성 속 韓 경제…해법은 노동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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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땐 구조개혁 공감대 커져
노동유연성 확보가 재도약 관건
최상엽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노동유연성 확보가 재도약 관건
최상엽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시론] 불확실성 속 韓 경제…해법은 노동개혁](https://img.hankyung.com/photo/202502/01.39562173.1.jpg)
이에 따라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타당한 주장일 수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보면 인공지능(AI)과 같은 신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글로벌 경제 환경의 전면적 재편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국내 재정·통화정책만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구조적 문제는 결국 구조개혁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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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AI 도입이 노동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노동시장 개혁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필자는 최근 해외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에서 한국을 포함한 22개 선진국을 대상으로 지난 50년간 불확실성 증가가 31개 주요 산업의 성장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예상과 달리 불확실성이 거시경제에 전반적인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는 것과 별개로 상당수 산업은 오히려 혜택을 본다는 점이 발견됐다. 트럼프 정부의 파리기후협약 탈퇴나 상호주의에 따른 관세 도입 같은 정책이 거시적으로는 높은 불확실성을 초래하지만 이런 변화가 새로운 승자와 패자를 만들어 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충분히 이해 가능한 결과다.
그렇다면 높은 대내외적 불확실성 속에서 패자가 아니라 승자가 되기 위해 기업과 정부가 취해야 할 전략은 무엇인가. 정답은 하나가 아닐 테지만,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산업별 특성에 따라 요구되는 기술과 숙련도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산업에서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고용 감소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또 노동시장이 경직적인 국가일수록 불확실성이 고용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훨씬 크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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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이 불가피하다. 역설적으로 현재와 같은 극도의 불확실성은 구조개혁의 정치적 비용을 낮추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런 기회를 놓친다면 한국 경제는 또 한 번의 잃어버린 시간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개혁을 추진할 마지막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