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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침의 화가] 구겨진 한지 위에 찰나의 빛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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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韓 1세대 여류화가 방혜자
    [이 아침의 화가] 구겨진 한지 위에 찰나의 빛을 담다
    클로드 모네와 폴 세잔 등 프랑스 파리에서 인상주의자들이 나타난 이후 화가들에게 빛은 영감의 원천이 됐다. 찰나의 빛이 비치는 순간마다 세상은 다른 색으로 옷을 갈아입기 때문이다. 인상주의가 태동한 파리에서 활동하며 ‘빛의 화가’로 불린 한국 1세대 여류화가 방혜자(1937~2022)의 예술세계도 빛이 원천이다. 생전 “빛은 생명이고, 생명은 사랑이고, 사랑은 평화”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대작들을 남겼기 때문이다.

    1937년 당시 경기도 고양군 능동(서울 광진구 능동)에서 태어난 방혜자는 어린 시절 맑은 개울가 물결이 빛으로 일렁이는 모습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어 화가의 길에 들어섰다. 서울대 서양화가에 입학해 거장 장욱진에게 그림을 배은 그는 1961년 국비 장학생 1호로 파리로 건너갔다. 파리 국립미술학교 등에서 채색유리, 프레스코화 등을 배우며 화폭에 빛을 담아내는 법을 익혔다.

    방혜자는 한지와 닥종이, 황토 등 한국 전통이 살아있는 재료들로 빛을 그렸다. 닥지를 구긴 뒤 색을 입히는 방식으로 빛의 입자와 파동을 그려낸 그의 작품은 미술 평론가들은 물론 유럽의 천체물리학자들까지 감탄할 정도로 정교하다. 프랑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1호인 샤르트르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비롯해 파리 길상사의 후불탱화 등 역사적인 공간에 걸린 작품마다 방혜자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는 이유다.

    2022년 세상을 떠난 방혜자의 예술은 그가 평생 사랑했던 파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지난해 6월부터 파리 현대미술의 심장인 퐁피두센터에서 그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콧대 높은 퐁피두센터에서 한국 작가의 개인전 열린 건 2017년 고암(顧庵) 이응노(1904~1989) 이후 방혜자가 두 번째다. 가족이 기증한 작품을 비롯해 방혜자가 빛과 우주를 그려낸 18점이 걸렸다. 전시는 3월 9일까지. 유승목 기자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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