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딥시크가 K바이오에 던진 화두
인공지능(AI) 패권 다툼이 ‘쩐의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미국 빅테크 4인방은 올 한 해에만 AI에 무려 3200억달러(약 464조원)를 쏟아부을 전망이라고 한다. 중국 기업들도 천문학적인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다. 알리바바는 3년간 75조원을 AI에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 한 해 연구개발(R&D) 예산의 두 배 가까운 자금이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미국 빅테크 AI를 능가하는 저비용·고효율 AI를 개발하면서 ‘AI 강국’ 미국과 중국의 싸움은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美·中에 밀려 설자리 잃는 한국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다툼은 한국엔 엄청난 악재다. 이들 국가와의 기술 격차가 더 빠르게 벌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쩐의 전쟁이 치열해질수록 세계 AI 기술과 인재는 블랙홀처럼 미국과 중국으로 빨려들어갈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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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불리던 한국이 AI 전쟁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는 이유로는 자본력과 인재 부족이 꼽힌다. 업계에선 우리나라의 AI 투자액이 미국의 100분의 1에도 못 미칠 것으로 추정한다. 인재도 마찬가지다. 딥시크는 스타트업인데도 139명의 개발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에는 이 정도 규모의 AI 개발자를 확보한 대기업도 별로 없다.

바이오로 범위를 좁히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구글 알파폴드처럼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는 AI를 개발 중인 미국 스타트업 자이라테라퓨틱스는 지난해 시드머니로만 무려 1조원을 투자받았다. 여러 차례의 투자 유치에도 기껏해야 수백억원도 모으지 못하는 우리 바이오텍은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다.

AI와 바이오를 아우르는 인재는 더더욱 찾기 어렵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연구자는 손가락으로 꼽는다. 언어 이미지 등 핵심 알고리즘 개발 분야에 몰려 있고 바이오 같은 응용 분야는 외면하기 때문이다. 서울대 KAIST 등 AI 대학원생 중에서 바이오 전공자는 서너 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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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AI 국가대표 육성을

하지만 절망만 할 일은 아니다. AI는 창의성과 코딩 실력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중국 딥시크가 대표적 사례다. 자본이 열세더라도 천재성을 발휘하면 골리앗도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딥시크가 개발한 중국판 챗GPT 개발비는 오픈AI의 챗GPT 개발비의 5.6%인 600만달러(약 88억원)에 불과했다.

한국은 자본력으론 미국이나 중국을 따라잡기 어렵다. 기댈 것은 사람이다. 한국을 온라인게임 강국으로 이끈 ‘리니지의 아버지’ 송재경 씨 같은 천재 프로그래머가 나오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러려면 확실한 유인책이 필요하다. AI 신약 스타트업 같은 혁신기업의 상장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춰줘 수십 명, 수백 명의 청년 갑부가 나오게 되면 AI산업은 자연스레 꽃이 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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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R&D 정책도 바꿔보자. 지금처럼 여러 분야에 공평하게 나누는 방식으론 거액의 연구개발비가 소요되는 AI 신약 같은 미래산업을 키우기 어렵다. 바이오 국가대표에게 몰아주기식으로 지원 규모를 파격적으로 늘려보자. 1970년대 중화학산업을 일으켰던 것처럼 말이다.

AI는 신약 개발과 의료 패러다임을 바꿀 핵심 기술이다. 여기서 더 밀리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