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서 시작해 북유럽 강타한 K뷰티 '화랑품'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위상이 높아지는 가운데 유럽에서 현지인이 만든 K뷰티 브랜드 ‘화랑품(hwarang)’이 화제다. 핀란드 현지인이 한국콜마 등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이 만든 제품으로 K뷰티 브랜드를 만든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화랑품은 현재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16개국, 1191개 매장에 입점해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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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시대 왕실 무사인 ‘화랑’과 물품을 뜻하는 ‘품(品)’을 조합해 만든 화랑품은 신라 시대를 모티브로 만든 K뷰티 브랜드다. 핀란드인인 엘리사 아혼파킴(30·사진 오른쪽)이 대표로 있는 배스타일그룹이 2023년 11월 선보였다.

화랑품은 출시 1년여 만에 빠르게 유통망을 넓히며 유럽 내 K뷰티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독일 최대 드러그스토어인 뮐러 575개 전 매장은 물론이고 스웨덴과 핀란드의 최대 백화점 체인인 올렌스, 소코스 등에도 입점했다.

아혼파킴 대표는 현재 부대표를 맡고 있는 한국인 김승구 씨(31·사진 왼쪽)와 2019년 결혼한 후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 K뷰티 유통 매장 ‘예뽀&순수’를 열며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핀란드에 10개, 스웨덴에 4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며 사세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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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브랜드 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2023년 경주 여행이었다. 김 부대표는 “아혼파킴이 과거 화랑의 화장 풍습 등에서 영감을 얻어 브랜드 사업을 시작했다”며 “조선은 알아도 신라는 잘 모르는 유럽인들에 알리면 좋겠다 싶어 브랜드 사업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화장품 개발과 생산은 한국콜마, 엔에프씨 등 국내 ODM 업체에 맡겼다. 김 부대표는 “핀란드에서 K뷰티 브랜드를 내놓을 수 있던 것은 한국의 탁월한 제조 생태계 덕분”이라며 “올해 들어서는 일종의 ‘역수출’ 형태로 네이버스토어 등 한국 내 판매망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랑품 제품에는 한방 약재로 쓰이는 도라지(벨 플라워) 등 성분이 함유됐다. 대표 제품인 ‘벨 플라워 클렌징밤’은 춥고 건조한 북유럽 날씨를 고려해 보습감 유지 등에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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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대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에서 제품 인기가 높아져 재고가 없어 못 팔 정도”라며 “한국을 사랑하는 핀란드인이 운영하는 K뷰티 브랜드인 만큼 앞으로 한국에서도 인정받고 싶다”고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