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카니 신임 캐나다 자유당 대표. / AP연합뉴스
마크 카니 신임 캐나다 자유당 대표. / AP연합뉴스
마크 카니 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가 9일(현지시간) 쥐스탱 트뤼도 현 총리를 잇는 새 캐나다 총리로 선출됐다. 캐나다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하거나, 연립내각을 구성하는 최다 의석 정당 대표가 총리를 맡기 때문에, 자유당 당 대표가 된 카니 대표가 캐나다의 차기 총리가 된다. '경제통' 신임 총리의 등장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촉발된 미국과 캐나다 간 '관세전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영란은행 총재 출신 '경제통'

캐나다 자유당은 9일(현지시간) 차기 대표로 카니 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를 선출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자유당원 15만1899명이 참여한 1차 당대표 선거에서 카니는 85.9%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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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투표에 참여한 당원들은 카니의 경제 분야 전문성을 높이 샀다는 평가다. 카니 신임 캐나다 자유당 대표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학사를 마친 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학 졸업 후 미국의 세계적인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경제 전문가'다. 특히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하면서 신속하고 과감한 조치를 통해 캐나다를 더 심각한 경기 침체에서 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3~2020년에는 영란은행 총재를 맡기도 했다. 당시 영란은행 총재로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영향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니가 총리로 선출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은 도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란 게 외신들의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정책 등이 캐나다의 경제 혼란과 불확실성을 키웠고 캐나다 국민들의 애국심을 높였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시키고 싶다는 등의 발언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특히 취임 후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를 예고하기도 했다. 영국 BBC는 “트럼프에 맞서 캐나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선거의 핵심 질문이었다”고 분석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카니는 이날 승리가 확정된 후 "미국인들은 우리의 자원과 우리의 물, 우리 땅, 우리나라를 (장악하기를) 원한다"며 "(미국이) 캐나다의 노동자와 가족, 기업들을 공격하고 있다. 우리는 그(트럼프)가 성공하도록 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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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 조기총선 가능성"

마크 카니 전(前)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가 9일 신임 캐나다 총리 겸 자유당 대표로 선출됐다./로이터연합뉴스
마크 카니 전(前)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가 9일 신임 캐나다 총리 겸 자유당 대표로 선출됐다./로이터연합뉴스
카니는 저스틴 트뤼도 현 캐나다 총리로부터 총리직을 이어받아 오는 10월 20일까지 치러져야 하는 차기 총선 때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캐나다에서 선출직 정치인 경험이 없는 총리가 나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월 트뤼도 총리의 사임 발표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 이후 중도 성향의 자유당 지지율 상승이 당선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캐나다 '51번째 주(州)' 발언으로 자유당 지지층인 중도·진보 성향 유권자가 결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의 약점은 정치 경력의 부족이다. 향후 치러질 조기 총선이 카니 대표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캐나다 매체 글로브앤드메일은 카니 대표가 이달 말 캐나다 의회가 새 회기에 들어가기 전에 조기 총선을 선언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경우 캐나다는 이르면 오는 4월 말이나 5월 초 조기 총선을 실시할 가능성이 커진다. 로이터통신은 "현직 의원이 아닌 그는 법적으로는 의원직이 아니어도 총리로 취임할 수 있지만, 캐나다 정치 관행을 고려할 때 가능한 한 이른 시일에 의원직을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