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2~3달 야근 했었는데"…50억 주문 '눈물의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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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몰려도…'주 52시간 덫'에 걸린 K금형
최대 강점 '납기 경쟁력' 상실집중조업 못 하니 거래무산 위기
저가 앞세운 中으로 일감 넘어가
고임금 가능한 연장근로 막히자
신규인력 유입 끊겨 … 경쟁력 뚝
최대 강점 '납기 경쟁력' 상실집중조업 못 하니 거래무산 위기
저가 앞세운 中으로 일감 넘어가
고임금 가능한 연장근로 막히자
신규인력 유입 끊겨 … 경쟁력 뚝

한국 금형산업이 위기에 몰리고 있다.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한국 금형산업 수출 규모는 30% 급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겪으며 주문이 감소한 영향도 있었지만 최근엔 중국이 한국의 약점을 비집고 들어와 일감을 싹쓸이한 영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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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장을 잃는 건 한순간이었다. 2023년 일본에 대한 수출액은 21억달러로 감소했다. 한때 수출 규모가 32억달러를 웃돌던 베트남 시장 규모도 3분의 2로 줄었다. 미국 자동차 부품 수요로 미국과 멕시코 수출이 급증하면서 하락폭을 메웠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선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납기 경쟁력’을 상실한 점을 한국 금형산업의 쇠퇴 원인으로 꼽는다. 한국 금형산업의 최대 장점은 빠른 납품 기한이었다. 경쟁국인 중국보다 단가가 비싸도 고객사가 여전히 한국 제품을 찾아온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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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남들보다 빠르게 납기를 맞추는 문화는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 완전히 사라졌다. 빠른 납기 경쟁력 없이 가격 경쟁력으로 중국을 이길 수 없었다. 신용문 신라엔지니어링 부회장은 “우리가 예전 같으면 5개월 내에 하던 일을 이제 6개월 이상 걸리니까 가격만으로 중국과 경쟁하고 있다”며 “이전에 충분히 가져올 수 있는 일감도 못 가져오는 게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말부터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가능했던 ‘8시간 추가근로제’가 사라졌다. 한 금형사 대표는 “평소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더라도 일이 몰릴 땐 주 60시간 이상 일하면서 수당을 더 받아가고 싶어하는 직원도 많다”며 “8시간 추가근로제는 그럴 때에 대비한 ‘보험’ 같은 제도였는데 이제는 없어져 손발이 묶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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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견 금형사 대표는 “인건비가 낮은 중국이 신규 투자를 늘리고 납기도 앞당기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중국으로의 금형 발주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