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필옵틱스가 유리기판 제조 핵심 공정 중 하나인 절삭(싱귤레이션) 장비를 세계 최초로 글로벌 업체에 공급한다. 지난해 처음으로 유리관통전극(TGV) 장비를 상용화한 데 이어 빠르게 첨단 장비 제품군을 다변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필옵틱스는 해외 반도체 회사에 레이저 싱귤레이션 장비를 납품한다고 13일 밝혔다. 비밀유지 계약에 따라 거래 상대방과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유리기판은 그래픽처리장치(GPU),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칩과 인쇄회로기판(PCB)을 연결해주는 매개체(인터포저) 및 주기판에 실리콘 대신 유리를 사용한 것이다. 기존 실리콘 기판보다 열에 강해 휘어짐 현상이 적게 발생하는 까닭에 고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대에 핵심 부품으로 주목받는다.

다만 유리로 제조되는 만큼 충격과 균열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어 상용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싱귤레이션은 유리를 레이저로 잘라 낱개 기판으로 만드는 절삭 공정이다. 기술 성숙도가 낮으면 쉽게 깨지거나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 수율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필옵틱스는 반도체 유리기판에 특화된 레이저 절단 기술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 최종 장비 출하에 성공했다. 앞서 지난해 유리기판에 전기가 통하도록 미세한 구멍을 뚫는 TGV 공정 장비를 글로벌 반도체 업체에 납품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