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 차고 '영유' 다닌다…엄마들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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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사교육비 '역대 최대'…신생아부터 피곤한 한국
기저귀 차고 '영유 준비반' 간다
만 1세부터 사교육 인생
작년 사교육비 30조 역대 최대
학생 수 줄었는데 되레 늘어
기저귀 차고 '영유 준비반' 간다
만 1세부터 사교육 인생
작년 사교육비 30조 역대 최대
학생 수 줄었는데 되레 늘어

교육부와 통계청은 13일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교육비 총액은 29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7% 증가했다고 밝혔다. 4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지난해 삼성전자 영업이익(32조7260억원)과 맞먹는 금액이 사교육 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셈이다. 이 기간 학생 수는 521만 명에서 513만 명으로 줄었다.
"초등 입학전 끝내자"…'4세 고시' 영어학원에 月265만원
대학 등록금보다 비싼 영유

한국어로도 이해하기 쉽지 않은 내용을 2세 아이들이 이런 학원까지 다니며 배우는 이유는 “고난도 질문에서 눈에 띄는 답변을 할 수 있는 재료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 학원 관계자는 “엄마와 떨어져 ‘분리 수업’을 받을 수 있으면 2023년생(만 1세)도 입학 가능하다”고 말했다.
◇ ‘4세 고시’ 대비 영어 학원 성행
학령인구는 감소하는데 사교육 시장은 무한 증식하고 있다. ‘4세 고시’ ‘7세 고시’에 이어 사교육 대상은 만 1세까지 내려왔다. 교육부가 13일 발표한 ‘2024 유아사교육비 시험조사 주요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7~9월 3개월간 6세 미만 취학 전 영유아의 사교육비 총액은 8154억원이었다. 사교육 참여율은 5세의 경우 81.2%에 달했다.정부는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영어영역에 절대평가를 도입했다. 그럼에도 영유아 영어 사교육이 ‘필수 코스’가 된 것은 학부모가 중시하는 ‘입시 로드맵’ 때문이다. 한 입시 전문가는 “의대를 포함한 최상위권 입시는 수학과 과학에서 결정되는데, 초등학교 3학년부터 ‘수포자’가 생긴다”며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영어를 끝내 놔야 진짜 승부처인 수학에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에서 가장 인기 있는 G영어유치원은 영재교육원에서 진행하는 영재테스트 상위 5% 이내 검사 결과지를 받아야 입학 시험 자격을 준다. 4세 고시라는 용어가 등장한 배경이다. 4세 고시 준비를 위해 L학원처럼 영어유치원 입학 시험에 대비하는 프렙(PREP) 학원이 속속 등장했다. G영어유치원 계열 A프렙학원은 생후 20개월부터 모집하는데, 이곳에 등록하면 G영어유치원 시험을 볼 수 있는 ‘우선권’을 받는다. 셔틀버스 및 방과후 수업까지 포함하면 월 최대 265만원이 든다.
◇ 학원 위한 학원, 숙제 대비 과외
난이도와 수준 차이가 큰 수학은 사교육 밸류체인이 더 촘촘하다. ‘초등학생 대상 선행·심화 전문 학원’을 표방하는 대치동 H학원은 고등학생도 풀기 어려운 수준의 입학 시험으로 유명하다. 330명을 모집하는데 1800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다. 이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1년간 다른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거치고도 낙방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대치동에서는 H학원 대비 모의고사 문제가 등장하고, ‘H학원 출신 의대생’이라는 타이틀로 과외를 모집할 정도다.대치동 학원 강사 출신으로 평촌에서 수학 과외를 하는 정모씨는 “주말은 오전 6시부터 밤 12시까지 과외 일정이 꽉 차 있다”며 “대치동 학원을 다니는 학생이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서브 과외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사교육은 불안을 먹고 자란다”
공교육과 사교육 시장의 격차는 학부모의 불안 심리를 더 자극하고 있다. 공교육 현장은 ‘선행학습 금지법’으로 묶여 있는데 사교육 시장에서는 유치원생이 미국 초등학생 교과서로 공부하고, 초등학생이 중·고등학생 수학 진도를 나가고 있다.고재연/이미경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