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홈플러스 경영진 "부도 막으러면 회생 불가피"...김병주 사재 출연은 즉답 피해
홈플러스 경영진이 "부도를 막기 위해선 회생 절차를 택할 수 밖에 없었다"며 채권자와 소상공인에게 고개를 숙였다.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강등 이후 갑작스런 회생절차에 들어간 지 10일 만이다. 소상공인들의 변제를 우선한다며 "대기업들이 양해해달라"고 읍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책임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회생 미리 게획한 적 없다" 해명 나선 MBK
14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는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업회생절차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홈플러스가 부도가 나지 않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회생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여러 기업과 거래관계를 트는 유통 기업은 부도가 나기 시작하면 급전직하로 무너지기 시작한다"며 "오히려 그동안 홈플러스는 경쟁사보다 성장세가 더 좋았고, 갑작스러운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단기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회생 절차를 밟게 됐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홈플러스의 신용 등급이 강등된 후 자구책이나 대주주의 자금 투입 등도 없이 불과 4일만에 회생절차에 들어간 데 대해 각종 비판들이 제기되자 김 부회장이 나서서 이를 해명한 것이다.

MBK파트너스가 경영이 악화한 홈플러스의 회생 계획을 미리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강하게 부인했다. 최근 홈플러스의 카드대금을 기초로 한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들이 줄줄이 상환 불능에 빠진 가운데 홈플러스가 회생을 미리 계획했다면 투자자들을 기만한 '사기판매'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서다. 현재 미상환된 홈플러스 카드대금 ABSTB 규모는 4000억원에 달한다.

김 부회장은 "신용등급 강등이 확정된 지난달 28일 이후 경영진과 이사진이 함께 검토해 회생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며 "오히려 MBK파트너스는 회생에 들어가면서 주주로서의 권리를 포기한 상황"이라고 했다.
고개 숙인 홈플러스 경영진 "부도 막으러면 회생 불가피"...김병주 사재 출연은 즉답 피해
최근 홈플러스가 구조조정을 위해 점포 매각 및 정리를 검토한다는 일부 보도도 부인했다. 김 부회장은 “모두 다 사실무근”이라며 “회생 신청 이후부터는 저희가 주도적으로 점포를 매각 및 효율화하거나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했다. 홈플러스가 기존에 매각을 추진하던 대형마트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역시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매각 논의가 중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회사를 도와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김 부회장은 "주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점은 공감한다"면서 "그러나 이 자리에서 답변드리긴 곤란하다"고 했다.

○대기업은 6월 이후 채권 지급, 공급사들 '갸우뚱'
이날 홈플러스는 회사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지급이 중단됐던 1~2월 판매대금 중 3400억원을 변제했다고 밝혔다. 영세 업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앞으로 변제 우선 순위는 소상공인 및 소규모 협력사를 우선으로 둔다는 방침이다. 현재 홈플러스가 보유한 현금은 약 1600억원이다.

반면 대기업에 대한 변제는 6월 이후로 미루는 방안을 협상 중이라고 했다. 회생 절차에 들어간 이후의 판매 대금은 대기업과 중소상공인을 가리지 않고 기존 정산 주기대로 지급한다.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은 "현실적으로 모든 채권을 일시에 지급해 드리기는 어려워 소상공인과 영세업자 분들의 채권을 우선순위로 뒀다”며 "대기업 협력사들이 조금만 양보해 준다면 분할상환 일정에 따라 반드시 모든 채권을 상환하겠다”고 했다.

공급사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전날 이러한 내용을 미리 전달받고 6월 이후 상환에 대해 협의했다. 그러나 일부 공급사들은 다소 부정적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A 공급사는 "1월 판매 대금이 6개월 뒤에 받아야 해 회사로서도 부담이 적지 않다"고 했다. 또다른 B 공급사는 "현재도 정산 관련 협의가 진행 중이라 물품을 제한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