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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 아파트인 청담르엘을 비롯해 전국 대부분의 아파트엔 공통점이 있다. 전용 59㎡와 84㎡를 공급 물량에 포함한다는 점이다. 101㎡와 134㎡도 자주 보이는 면적이다.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가 대표적이다. 여러 면적이 있지만 59㎡(718가구), 84㎡(1015가구), 101㎡(210가구), 133㎡(291가구) 등에 공급 물량이 몰려 있다.
주택청약제도는 1977년 도입됐다. 부동산 투기가 횡행할 때였다. 투기꾼들이 수억원씩 동원해 수십 가구를 신청하면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이를 막기 위해 무주택자 등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 사람에게만 청약 기회를 주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이다. 1978년부터 민영주택을 포함해 모든 아파트는 주택청약제도를 통해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다.
청약부금, 청약저축, 청약예금, 주택청약종합저축(2015년 9월부터 주택청약종합으로 통일) 등에 일정 기간 정해진 금액을 납입하면 1순위 청약 자격을 주는데, 납입액에 따라 청약할 수 있는 면적대가 다르다. 그 기준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 △85㎡ 이하 △102㎡ 이하 △135㎡ 이하 △135㎡ 초과다.
이런 조건에서 최적의 분양 전략은 해당 금액 내에서 가장 큰 면적을 신청하는 것이다. 박인석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는 <아파트 한국사회>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한번 분양을 받으면 상당 기간 분양 신청 자격이 제한되니 분양 신청 기회가 왔을 때 자신이 분양 신청 가능한 규모 범위 안에서 가급적 큰 규모 아파트를 분양받고 싶어 했다. 또한 정부가 신축 아파트 분양 가격을 실거래 시세에 비해 다소 낮은 가격으로 규제한 것도 가급적 큰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욕구를 부채질했다. 규모가 클수록 분양 가격과 실거래 시세의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건설사는 수요자 선호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전용 85㎡, 102㎡, 135㎡에 최대한 근접한 규모로 아파트 평면을 설계하는 것이 일종의 설계 기준처럼 됐다. 85㎡ 이하는 주택 취득 시 농어촌특별세법 0.2%를 비과세하는 혜택도 주어진다.
전용 59㎡는 청약제도와는 상관없다. 재건축 또는 재개발 시 60㎡ 이하 소형 주택을 의무적으로 공급하도록 한 정책에서 비롯됐다. 2006년 발코니 확장 합법화, 1~2인 가구 증가, 수도권에서 85㎡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영향에 59㎡는 자연스럽게 인기를 얻었다. 2014년 전용 60㎡ 이하 주택을 수도권·광역시에서는 30%, 기타 지역에선 20% 이상 짓도록 한 규정은 폐지됐다. 59㎡ 선호가 높아진 만큼 법으로 강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정 면적을 기준으로 한 청약 제도가 한국 아파트의 획일화를 가져왔다는 비판도 있다. 주어진 면적에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남향, 발코니 확장을 위한 넓은 전면 폭, 판상형 등의 조건을 더하면 최적의 설계는 비슷비슷한 모양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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