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현대무용전공생 정건세(21)가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22회 국제 무용 콩쿠르 - 탄츠 올림프(이하 베를린 국제 무용 콩쿠르)'에서 금상 수상 직후 전해들은 말이다. 무용원 3년생인 그는 어린시절 전라북도 남원에서 아이돌 방송댄스를 따라추며 춤의 순수한 즐거움을 알았다. "더 배울 수 있는 곳에 가라"며 어머니가 현대무용학원에 등록시켜준 이래 그는 '현대무용 댄서'의 길을 걷고 있다.
정건세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누나 둘을 위로 두고 있다. 막둥이기에 자유분방하게 자라났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나 누나들이 저하고 싶은 건 해볼 수 있게 해주셨던 거 같아요. 그래서 현대무용을 만나게 된 것이라 정말 감사합니다."
당시 원장은 중학생 정건세를 보자마자 기량은 물론 신체 비율 등 다양한 요소에서 스타성을 예감했다고 한다. 중고교시절 크고 작은 콩쿠르에서 입상했고 한예종에 진학한 이후 그의 춤은 더 깊어졌고 예술가로서의 고민도 커졌다.
이번에 그가 상을 받은 '베를린 국제 무용 콩쿠르'는 현대 무용계에서는 올림픽이라 불릴만큼 세계 각지의 춤꾼들이 몰려드는 대회다. 연령별로 촘촘하게 나눠 벌어지는 경연이기에 심사위원들은 더 냉정한 눈으로 펜촉을 든다. 정건세는 "콩쿠르에 대한 정보를 낱낱이 알지는 못했다. 그래서인지 떨리지 않았고 내 춤을 잘 표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수상한 작품은 '퓨어(Pure)'라는 5분 남짓의 본인이 창작한 안무였다. "안무는 2~3주 정도 즉흥적으로 완성했어요. 제가 천재라는 게 아니라 가장 보여주고 싶은 진솔한 나의 모습을 생각하다보니 영감이 자꾸 떠올라서 금세 만들 수 있었습니다."
퓨어는 그가 춤에 대해 고민해왔던 생각을 녹인 작품이다. 자신만이 출 수 있는 춤, 자신이기에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춤이라고 했다. "기량, 신체 조건도 중요하지만 현대무용에서 정말 중요한 건 테크닉을 뛰어넘는 자신의 표현력이에요, 그게 예술성이라고도 생각해요."
5분동안 아름답게 무대를 누비벼 자신의 존재를 알린 그는 심사위원 뿐 아니라 대회장을 찾았던 일반 관객들에게도 큰 감동을 남겼다. "회장 바깥으로 나오는데, 현지 관객분들이 제게 격려의 말을 주시고 엄지 손가락을 올려주시면서 용기를 주셨어요. 언어가 아니어도 제 진심이 통했다는 생각에 도파민이 팡 터졌어요."
그러나 수상 후 달라진 건 없다. 연습하는 일상을 이어갈 뿐. "호페쉬 쉑터 무용단, 예테보리 무용단 등 꿈의 무용단은 많이 있어요. 멋진 무용단에서 춤추는 것도 좋고, 안무 창작에도 관심이 많아서 본격적으로 도전해보고 싶어요. 춤에 어울리는 음악도 만들어보고 싶고요. 먼 훗날 제 이름을 건 무용단을 만들어서 운영하는게 꿈이에요. 사람은 원래 꿈을 크게 가지라고 하잖아요(웃음).
180cm가 넘는 키에 훤칠한 마스크를 가진 그다. 방송을 타고 더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은 없을까. "무용 대중화는 일장일단이 분명해요. 우리나라에서 무용이 점점 대중화하는 것은 좋은데 저는 좀 더 진지하게 제 춤에 대한 진검승부를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