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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국론 분열 부추기는 무책임한 정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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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 나와 '헌재 불복' 부추겨
    민주주의 지키는 문지기 필요

    이슬기 정치부 기자
    [취재수첩] 국론 분열 부추기는 무책임한 정당들
    “선거철도 아닌데 하루 종일 거리에서 정치인을 만난다.”

    서울 광화문 인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한 지인은 최근 기자에게 이렇게 토로했다. 점심을 먹으러 안국역 근처에 가면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 촉구 집회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마주치고, 퇴근할 때쯤엔 ‘탄핵 인용’을 부르짖으며 광화문까지 걸어온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맞닥뜨린단다. 그는 “정당이 국론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거리로 나서는 국회의원은 나날이 늘고 있다. 여야 지도부는 “탄핵 심판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입을 모았지만, 소속 의원들 움직임은 정반대다. 거리에 나와 각자의 목소리를 키우면서 헌재 선고 불복을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집회 참가자들은 우군을 얻은 양 더욱 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야 모두 탄핵 집회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속내에는 탄핵심판 선고 후 펼쳐질 대선 정국에서 각자가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겠다는 구상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극단적인 목소리를 낼수록 지지층을 끌어모으는 효과는 더 크다”며 “일부 정치인은 ‘거리 정치’에서 강한 인상을 남겨 향후 본인 입지를 강화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정치인들이 주판알을 튕기는 동안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헌재 인근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들은 매일 마음을 졸인다고 한다. 시위대가 학생들에게 시위 참여를 강요하거나, 참가자들끼리 몸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당시에도 헌재 일대가 대혼란에 빠지면서 압사 등으로 네 명이 숨졌다. 서울교육청이 헌재 인근 11개 학교에 탄핵 선고 당일 휴교를 결정한 이유다. 한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사상자가 나왔는데, 국론이 반으로 쪼개진 이번에는 인명 피해가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자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저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정당은 극단주의를 배척하는 ‘문지기(게이트키퍼)’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가 극단의 목소리로 잠식돼 ‘상식’이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라는 게 이들의 경고다. 진정 나라를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면 거리에 나와 마이크를 잡는 대신, 탄핵 선고 이후 정국을 어떻게 안정시킬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민주주의가 문밖으로 달아나지 않도록 묵묵히 지키는 ‘문지기’가 우리 사회에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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