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또 올라" 울상… ‘이런 아파트’가 관리비 더 빨리뛴다?
‘제2의 월세’라 불리는 아파트 관리비.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시대에 관리비 부담도 매년 커지고 있다. 아파트 생활지원 플랫폼 아파트아이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관리비는 2023년 ㎡당 3086원에서 작년 3242원으로 올랐다. 1년 새 5% 뛴 셈이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관리비 고지서를 살펴보면 수많은 항목이 세세하게 나열돼 있다. 여러 세부 항목 중 ‘장기수선충당금’(장충금)의 오름세가 두드러진다. 서울 기준 2023년 ㎡당 254원에서 작년 285원으로 12% 상승했다. 기간을 좀 더 넓혀 2020년과 비교해 보면, 5년 새 46.1%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단지 노후화, 인건비 증가 영향”

장기수선충당금이란 무엇일까. 공동주택의 주요 시설 개보수에 필요한 돈을 뜻한다. 고장이 나면 그때그때 주택 소유자한테 걷는 게 아니라, 매월 일정 금액을 적립해 두는 구조다.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할 수 있는 항목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의 별표1에 ‘장기수선계획의 수립기준’이란 제목 아래 기재돼 있다. 수선 방법과 수선 주기 등도 제시됐다.

예컨대 건물 내부 페인트칠의 경우 8년 주기로 전면 도장해야 한다. 발전기와 변전설비, 자동화재 감지설비, 소화설비, 승강기, 피뢰설비, 통신 및 방송설비, 보일러실 및 기계실, 보안·방범시설,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 급수·가스·배수·환기 설비 등도 장기수선충당금 사용 대상이다. 어린이 놀이터나 보도블록, 자전거보관소, 조경 시설물 등 옥외 부대시설도 마찬가지다.

만약 입주자대표회의 등 관리주체가 장기수선충당금을 용도 외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할 수 있다. 이 장기수선충당금 몫이 최근 몇 년간 계속 뛰고 있다. 아파트아이에 따르면 전국 연평균 장기수선충당금은 2020년 ㎡당 195원에서 2024년 279원으로 43.1% 상승했다. 매년 8~10%의 상승률을 보인 것이다. 작년 전용 84㎡ 소유주 기준, 연간 28만원의 장기수선충당금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수도권의 장기수선충당금 오름세는 더 가파르다. 서울의 지난해 연평균 장기수선충당금은 ㎡당 285원으로, 2020년보다 46.1% 상승했다. 경기도는 같은 기간 ㎡당 203원에서 306원으로 50.7%나 뛰었다. 주택관리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역이나 단지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아파트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할 일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앞으로도 장기수선충당금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토교통부에서 권장하는 장기수선충당금 적립 비율이 있다”며 “다들 관리비 오르는 것에 민감하다 보니 이 권고 비율에 미치지 못하는 단지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적립률을 높일수록 수요자가 낼 비용은 늘어나는 구조다. 물가 상승으로 개보수에 필요한 인건비와 재료비도 계속 커지고 있다.

“겨울에 관리비 부담 가장 커져”

관리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공용관리비와 개별사용료다. 작년 서울의 평균 관리비가 ㎡당 3242원이었는데 개별사용료(1498원), 공용관리비(1460원), 장기수선충당금(285원) 순서로 많았다. 개별사용료란 난방비, 급탕비, 가스사용료, 전기료, 수도료 등을 말한다. 공용관리비는 청소비, 경비비, 소독비, 승강기유지비, 위탁관리 수수료 등으로 구성된다.

개별사용료와 공용관리비도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상승 폭은 장기수선충당금에 비해 적은 편이다. 서울의 ㎡당 평균 개별사용료는 2023년 1426원에서 작년 1498원으로 5% 올랐다. 난방비는 ㎡당 257원에서 264원으로 2.7% 올랐는데, 전기료는 ㎡당 796원에서 848원으로 6.5% 뛰었다. 아파트아이 측은 “2024년은 초가을까지 더운 날씨가 이어져, 9월 평균 기온이 전년보다 2.1℃ 높았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스뱅크
게티이미지스뱅크
에어컨 등 냉방기기 사용 증가분이 개별사용료 상승으로 이어졌을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몇 년 새 난방비와 전기료 단가 자체가 오른 영향도 크다는 지적이다. 공용관리비의 경우 서울 기준 2023년 ㎡당 1409원에서 작년 1460원으로 3.6% 뛰었다.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증가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주택관리업자의 용역 대가로 지불하는 위탁관리 수수료는 몇 년째 거의 고정돼 있다.

전체 관리비 부담이 가장 많은 계절은 언제일까. 난방비 부담이 큰 겨울이다. 공용관리비나 장기수선충당금은 매월 일정한 편이다. 하지만 작년 1월 서울의 평균 개별사용료는 ㎡당 2024원으로, 5월(1072원)의 약 두배에 달했다. 5월엔 난방비가 ㎡당 65원에 불과했는데, 1월엔 733원이나 됐기 때문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