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김형주 감독 "유아인, '죽을죄 지었다'고 사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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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 리스크 안고 개봉하는 '승부'
김형주 감독 "연기적으론 잘 표현해줘"
"상황 참 얄궂다는 생각 했죠"
김형주 감독 "연기적으론 잘 표현해줘"
"상황 참 얄궂다는 생각 했죠"
21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만난 김형주 감독은 유아인에 대한 질문에 "사건 후 연락을 따로 한 적은 없다. 저도 스킨십이 많거나 그런 타입은 아니기 때문"이라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작년에 유아인 배우 부친상 때 조문을 갔었다. 그때 '죽을죄를 지었다.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하더라"며 "상황이 상황인지라 긴 대화는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승부'는 대한민국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이 제자 이창호(유아인)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영화다. 유아인은 조훈현 국수의 제자이자 바둑 영재인 이창호 역을 맡아 묵직한 연기를 선보였다.
2021년 촬영을 마친 '승부'는 당초 2023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유아인이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수사받으면서 일정이 보류됐다가 최근 극장 개봉으로 가닥을 잡았다. 유아인은 최근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돼 석방됐지만, '승부' 시사회를 비롯한 홍보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다.
앞서 유아인에 대한 실망감을 털어놨던 김 감독은 "사건 때문에 그의 연기적 평가나 작업하면서 좋았던 기억이 무색해지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연기적으로 잘 표현해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이병헌 배우가 캐스팅이 된 후 조훈현, 이창호의 상반된 느낌이 인물에게서 묻어났으면 했다. 외모적인 부분과 연기 스타일 여러 가지에서 다름이 느껴졌다. 특히 이병헌이란 배우의 아우라에 주눅 들지 않는 배우가 필요했고, 그동안 해왔던 음울한 광기 어린 연기와 다른 모습을 잘 표현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 신, 컷 몇 개 들어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상대 배우와 액션과 리액션, 음악의 호흡이 맞물린 상황이라 작업이 이미 완료된 상황이라 백번, 천번 생각해도 답이 없었다"고 했다. 아울러 "극장에 오는 분들께 온전히 기획 의도에 맞는 영화를 선보이는 것밖에 없었다"고 했다.
유아인 사건 이후 심경에 대해 김 감독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술 진탕 마시며 견뎠다. 인생이 좋을 수만은 없지 않나. 제 인생을 돌아보며 잘못 살았나 생각했다. 개인적인 건데,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고 결혼이나 하자고 해서 장가갔다. 몇개월 동안 정신 못 차리고 있다가 눈 떠보니 신랑 입장을 하고 있었다"며 웃었다.
이창호 국수는 제작사를 통해 "제작진들이 무슨 잘못이 있냐. 응원한다"고 말했다고. 김 감독은 "원래 시사회 날 오시려 했는데 대국이 있어 못 왔고, 다행히 이기셨다고 하더라. 개봉이 결정되고 이창호 국수가 제일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는데 그렇게 말해 주셔서 한결 가벼워졌다"고 했다.
이 국수에 대해 김 감독은 "이 국수님은 영화에서 그려진 것 이상으로 노출을 자제하는 분이다. 저도 딱 한 번 됐다. 왜 돌부처라고 하는지 알았다"고 했다.
그는 "'월간바둑'이란 잡지를 70년도 것부터 정독하고 초고를 썼다. 그 시절 공기, 대국장의 딴딴한 느낌이 다큐멘터리에 잘 묘사되어 있어 이병헌, 유아인에 권했다. 두 사람 다 알아서 연기를 잘하는 부분이라 잘 준비했고, 유아인과는 이창호란 캐릭터를 어느 정도 톤으로 가야 하나, 적정 수순을 논의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애초에 넷플릭스로 플랫폼이 결정됐을 때 극장용으로 만들어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결과적으로 극장으로 돌아가서 좋게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있는 그대로 작품을 봐주시는 분들이 나오지 않을까"라며 바람을 드러냈다.
'승부'는 유아인의 석방과 동시에 개봉일 결정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공교롭게 시기가 겹쳤다. 얄궂다란 생각을 했다. 쉽게 가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인가? 모르겠다. 어차피 큰 차이는 없을 것 같긴 하다. 상응하는 벌을 받고 있는 거고. 연말, 연초에 개봉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배우보다 탄핵 정국이 더 얄궂다는 생각을 했다. 인터뷰 취소될까봐 조마조마 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일련의 사건을 떠올리며 "멘탈은 단단해 졌다. 어지간해서는 괜찮아진 것 같다"고 했다. 흥행과 관련해 "시장이 너무 안 좋아서 걱정은 있다.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극장 개봉만 해도 다행이다라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제가 E스포츠 팬인데 티원의 오너라는 선수가 있다. 그 선수가 한 말인데 '얼마나 이쁜 꽃이 필려고 이러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우여곡절 끝에 핀 꽃이다'. 그 말이 되게 힘이 됐다. 뜻대로 안되는게 인생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게서 화살은 떠났다. 대중영화를 하는 감독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이 미덕이고 그게 신뢰를 주는 게 아닐까 한다. 그 정도만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영화 '승부'는 오는 26일 개봉한다 .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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