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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막히고 빌라 열린다…토허제 '풍선효과' [송승현의 부동산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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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서울 시내 전경. 사진=뉴스1
    서울 시내 전경. 사진=뉴스1
    서울시가 더욱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냈습니다. 불과 한 달 전에 풀어줬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전역으로 확대 지정했습니다.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해제 이후 투자 수요가 몰리자 규제 완화는 너무 이른 선택이었다는 비판 속에 정부와 서울시가 스스로 정책을 뒤집은 셈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조치가 이례적인 건 '구 단위' 전체가 허가구역으로 묶인 최초 사례라는 점입니다. 서울 전체 면적의 약 27%가 포함되며, 약 40만가구의 아파트 거래가 제한됩니다. 정부는 갭투자 수요 차단을 위한 초강수를 현실화한 셈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번 조치로 인해 투자 수요가 '막힌 곳에서 터지는 곳'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풍선효과는 단지 지역 간 이동이 아닌, 상품 간 이동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파트에서 빌라, 재개발 예정지로 관심이 넘어가고 있는 흐름이 바로 그것입니다. 실제로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된 일부 지역은 단기간에 집값 급등세를 보이며 시장에 여전히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을 입증했습니다. 이는 투자 대기 자금이 많고, 규제가 풀리는 순간 다시 움직일 수 있는 시장 환경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번 조치에서 주목할 부분은 바로 용산구가 포함됐다는 점입니다. 그간 재건축·재개발 기대감이 반영된 미래가치 지역이었던 용산은 이제 정부가 집값 상승의 진원지로 인정한 곳으로 상징성이 더해졌습니다. 용산이 규제됐다고 해서 투자가 멈추는 건 아닙니다.

    아파트는 막혔지만, 빌라와 토지는 아직 열려 있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일정 면적 이상의 주택을 실거주 목적이 아닌 거래로 제한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은 면적의 다세대주택이나 재개발 대상 빌라에 수요가 몰릴 수 있습니다.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 지역은 향후 정비사업 추진 가능성과 소액 투자 진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체 투자처로 관심을 받을 것입니다. 정책이 아파트를 조이면 투자자는 상품을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조치는 분명 단기적인 투기 억제 효과는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규제→해제→재규제의 반복은 정책 신뢰를 흔들고, 투자자들의 전략적 회피만 부추길 수 있습니다. 정부는 시장 과열 진정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정작 시장은 장기적 공급 부족과 비일관적인 정책 대응에 불안감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규제는 반드시 보완책과 함께 나와야 효과가 유지됩니다.

    이번 규제는 6개월간 유효합니다. 하지만 정부는 과열이 지속될 경우 마포·성동 등 인근 지역도 추가 지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규제를 피해 비아파트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는 투자 수요는, 추가 규제 확대 시 서울 주요 지역의 저가 재개발 빌라, 혹은 정비사업 초기 단계 지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큽니다.

    정비사업의 기대감이 있는 지역의 빌라에 투자 수요가 집중되며, 해당 지역의 단기 급등 현상도 동반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다시 지역 간 불균형과 과열을 불러올 수 있고, 정책은 뒤따라 쫓는 형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시장의 진짜 안정을 위해 필요한 것은 '단기 규제'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시스템과 공급 계획'입니다. 시장을 통제하려는 규제가 등장해도, 투자자들은 늘 그 사이의 빈틈을 파고듭니다. 규제는 흐름을 돌릴 수는 있어도, 완전히 멈추게 하지는 못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송승현 필진
    *약력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경제학 석사
    -중앙대학교 대학원 도시계획부동산학 박사
    -부동산정책토론회 전문 패널
    -한국부동산원, 국토교통부 등 다수 자문
    -부동산컨설팅회사 도시와경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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