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고 충격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방으로 던지고 있는 ‘관세 폭탄’ 얘기다. 캐나다, 멕시코, 유럽에 이어 한국을 향해서도 폭탄이 날아오고 있다. 관세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레버리지다. 관세가 무엇이기에 그것을 지렛대로 삼아 위대한 나라를 건설하겠다는 것일까. 관세는 과연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예상보다 훨씬 충격적"…'관세 폭탄'에 한국도 초비상

◇ 원조는 트럼프가 아니다

관세는 오랜 옛날부터 유용한 세금이었다. 부과하기가 쉬웠기 때문이다. 소득세를 매기려면 소득을 파악하고 재산세를 부과하려면 재산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 전근대 시대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반면 관세는 국경과 항구 길목만 지키고 있으면 부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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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기원전 2000~3000년에 이미 관세가 존재했다. 당시 메소포타미아 지역 상인은 국경을 넘을 때 오늘날의 관세와 비슷한 통행세를 내야 했다. 소득세가 19세기, 법인세와 부가가치세가 20세기에 와서야 등장한 것과 비교하면 역사가 매우 긴 세금이다.

근대 이후 무역 규모가 커지면서 관세는 보호무역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조가 아니다. 미국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은 유치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며 그 수단으로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제안했다. 18~19세기 후발 산업국인 미국, 프랑스, 독일 등이 산업혁명의 선두주자 영국을 겨냥해 고율 관세를 매겼다.

20세기 들어선 한국과 대만이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며 자국 산업을 육성했다. 다만 이 같은 유치산업 보호 정책이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과 대만은 예외다.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는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도 산업 발전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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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세는 누가 내는 세금일까

관세의 경제적 영향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난다. 국내 생산자와 정부에는 이롭고 소비자에게는 해롭다. 관세를 통해 수입품 가격이 비싸지면 같은 물건을 생산하는 국내 생산자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관세 수입만큼 정부 재정도 확보된다.

수입품 가격이 비싸지는 만큼 소비자에게는 손해다. 관세는 수입업자가 내는 세금이지만 그중 상당 부분은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수입 원자재에 관세를 부과하면 중간재와 최종재 기업의 비용 부담도 커진다. 보통은 관세로 국내 생산자와 정부가 얻는 이득보다 소비자가 보는 피해가 더 크다. 국가 경제 전체로는 손해라는 얘기다.

관세 일부는 외국의 수출업자에게 전가된다. 한국에서 만든 자동차가 미국에 2만달러에 수출되는데, 미국이 대당 3000달러 관세를 부과한다고 해보자. 관세를 소비자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하면 2만3000달러가 된다. 그런데 미국 수입업자가 “한국산 차는 2만2000달러가 넘으면 안 팔릴 것”이라며 수출 가격 인하를 요구한다. 그러면 수출 가격을 1만9000달러로 내려야 한다. 미국 수입업자가 미국 정부에 내는 관세 중 1000달러를 한국 수출 기업이 부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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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에서 터지는 폭탄

이론적으로 사회적 후생을 극대화하는 것은 관세는 물론 비관세 장벽도 없는 완전한 자유무역이다. 그러나 완전한 자유무역을 하면 비교우위에 있는 산업은 이득을 얻지만 비교열위에 있는 산업은 피해를 본다. 이득을 얻은 사람이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배상해주는 것도 아니고, 비교열위 산업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비교우위 산업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데이비드 아우터 매사추세츠공대 교수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1년부터 2011년까지 중국 수입품이 밀려든 영향으로 미국 제조업 일자리가 100만 개, 전체 일자리가 240만 개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예상보다 훨씬 충격적"…'관세 폭탄'에 한국도 초비상
그러나 미국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든 주된 원인이 정말 값싼 외국산 수입품인지를 두고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관세 폭탄이 미국 제조업을 되살릴 유효한 수단인지에도 많은 전문가가 의문을 나타낸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본격화하자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고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국을 겨냥해 던진 관세 폭탄은 국내에서 먼저 터질 위험이 있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