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비대해진 정부 몸집을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에 나선다. 공무원을 1만 명 줄이고 5년간 정부 운영 비용을 15% 절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24일(현지시간) 레이철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은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당시 공무원을 크게 늘린 것은 불가피한 결정이었지만 이를 계속 유지하는 일은 옳지 않다”며 “공무원 1만 명 감축이 가능하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BBC 인터뷰에서 정부 운영 비용을 2030년까지 15% 줄이겠다고 약속하면서 인사, 정책 자문, 사무 관리 부서 중심으로 감축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부는 세수 확보 및 행정 절차 간소화를 위해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리브스 장관은 국세청이 AI를 통해 부정 수급을 방지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정부 부처들이 기술을 도입해 행정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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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탱크 영국 정부연구소(IfG)에 따르면 중앙정부의 정규직 공무원은 2010년 말 46만 명대에서 정부 긴축 조치에 따라 2016년 38만 명대까지 줄었다가 이후 지속 증가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정책 전문가들이 충원되자 인력은 50만 명대로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공무원은 51만4395명으로 집계됐다.

오는 27일 춘계 재정 계획 발표를 앞두고 재무장관이 이 같은 발언을 내놓자 재정 계획에 정부 부처 예산 삭감이 포함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재정 계획에 복지 예산 50억파운드를 감축하는 방안도 포함돼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리브스 장관은 차입 비용 증가, 예상보다 부진한 경제 성장, 대서양 동맹 균열 등의 변수에 직면했다”며 “재무부는 ‘세계가 변했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이번 예산안에서 세금 인상을 배제하는 대신 지출 계획을 조정해 향후 5년 내 재정 목표를 충족하겠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복지 예산 삭감이 본격 논의되자 일부 경제학자는 노동당 정부가 재정 긴축을 지나치게 빨리 서두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제마 텟로 IfG 연구원은 “단순히 숫자를 맞추기 위해 여기저기서 조금씩 삭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앤디 홀데인 전 영국은행(BOE) 수석경제학자도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 “경제가 침체 상태인 상황에서 추가적인 재정 긴축은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