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인근에서 대형 산불이 나자 보험회사들은 사설소방대를 불러 화재가 부촌으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보다 이렇게 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화재 피해를 막는 것도 ‘빈익빈 부익부’냐는 여론이 현지에서 생겨나기도 했다.

[천자칼럼] 환갑 넘은 산불진화대원
한국에선 미국 같은 사설소방대가 없다. 서구 국가에 비해 공동체 의식이 더 강해서인 듯싶다. 예전엔 불이 나면 온 마을 사람이 불 끄기에 나섰다. 요즘엔 헬기까지 동원하고 진압 방식도 발전해 전문가들이 화재 진압의 중심에 선다. 소방청 소속 소방관이나 산림청 소속 산불재난 특수진화대 등이다. 하지만 4000명도 채 안 되는 이들 공무원(소방관)과 공무직(산불재난 특수진화대)만으론 여전히 역부족이다.

ADVERTISEMENT

그래서 관(官)과 협력하고 지원하는 독특한 성격의 민간 조직이 만들어졌다. 1958년 창설된 의용소방대와 2003년 설립된 산불전문예방진화대다. 9만여 명의 의용소방대원은 소방관을 돕는 역할이다. 평소엔 생업에 종사하는 자원봉사자로 급여가 없다. 대신 화재 진압이나 출동 등을 하면 교통비나 수당을 받는다. 연령 제한은 65세다.

9000여 명의 산불예방진화대원은 산림청이나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일한다. 1년에 봄·가을 6~7개월가량 일하며 월급으로 250만원 정도 받는다. 평소엔 차량을 타고 돌아다니며 산불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산에서 연기가 피어나는지 살핀다. 산불이 나면 현장에 투입돼 진압에 나선다.

지난 21일부터 경상도와 충청도 등지에서 번지고 있는 산불로 산불예방진화대원 4명이 숨졌다는 비통한 소식이다. 이 가운데 30대가 1명이고 3명은 60대라고 한다. 농촌에 청년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ADVERTISEMENT

산불예방진화대원의 평균 연령은 61세로 환갑을 넘겼다. 65세 이상이 3분의 1을 웃돈다. 당초엔 55세 연령 제한이 있었지만 정부가 2013년 폐지했다. 농촌 주민의 소득 증진을 위한 차원에서다. 지난 1월엔 전남 장성에서 체력 시험을 보던 70대가 사망하는 일도 발생했다. 지역 고령화의 안타까운 단면이다.

박준동 논설위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