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한 직원, 친분 내세워 대출"…금감원, 대규모 부당거래 적발
금융당국이 최근 금융회사 검사과정에서 임직원의 이해상충 및 부당거래 사례를 다수 적발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25일 오전 브리핑을 열고 "최근 금융회사 검사 과정에서 전·현직 임직원 및 그 배우자·친인척, 입행동기 및 사모임, 법무사 사무소 등 업무상거래처와 연계된 다수의 이해상충 및 부당거래 사례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ADVERTISEMENT

금감원에 따르면 A은행에서는 부당대출 52건이 적발됐다. 규모는 882억원에 달한다. 이 은행의 퇴직직원 B씨는 친분을 형성한 다수 임직원과 공모해 7년간 거액의 부당대출을 받거나 알선했다. 이들이 관여한 부당대출은 51건, 785억원에 달한다.

부당거래를 적발·조치해야 할 담당 부서는 조직적 부당거래를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금융사고를 허위·축소·지연 보고 했다. 심지어 금감원 검사 기간에 자체 조사 자료를 고의로 삭제하기도 했다.

한 가상자산사업자는 전·현직 임원 네 명에게 고가의 사택을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관련 내규 및 내부통제절차 없이 현직 임원은 본인 사택을 스스로 결정하기도 했다. 전직 임원은 개인적으로 분양 받은 주택은 전 직장에 임차하는 것처럼 가장해 현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ADVERTISEMENT

농협조합과 저축은행에서도 각각 1083억원, 26억5000만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적발됐다. 한 농협조합의 등기업무를 담당하던 법무사 사무장은 매매계약서 변조 등 수법을 이용해 부당대출을 중개했다. 농협조합은 매매계약서, 등기부등본 등 진위확인을 소홀히 했다. 저축은행 부장 C씨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승인을 조건으로 금품을 받았다.

여전사에서는 25건, 121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드러났다. 한 여전사 투자부서 실장은 규제를 회피할 목적으로 친인척 명의의 법인 3개를 설립했다. 이후 본인을 사내이사로 등기한 후 부당대출을 실행했고, 타 업체 관련 연계 대출에 100% 투자했다.

금감원은 검사를 통해 확인된 부당대출 등 위법 사항에 대해 엄정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범죄혐의도 수사기관에 고발·통보하고 명확한 사실 규명을 위해 수사에 적극 협조할 방침이다.

ADVERTISEMENT

또 이해관계자 등과의 부당거래 사례를 분석해 2분기까지 금융권의 이해상충 방지 등 관련 내부통제 실태를 점검하고 미흡사항에 대해서는 신속히 개선·보완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금융사의 자체 관리감독 강화를 돕기 업계 표준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나아가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이해관계자' 및 '이해관계자 거래' 범위를 확대하는 등 제도개선도 검토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및 준법제보 활성화 등 그간 금융 당국이 추진한 제도개선 사항의 조속한 정착을 통해 이해관계자등과의부당한 거래가 사전에 예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