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자신감은 다 허세"…'AI 봇' 홍수가 되어버린 트위터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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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구 트위터)에 구조만 다를 뿐 모두 비슷한 내용의 '트윗'들이 30초 간격으로 끊임없이 게시된다. 모두 동일한 계정에서 작성된 이 트윗은 인공지능(AI) 로봇이 만들어낸 작업물이다. 계정을 운영하는 것도 실제 사람이 아니라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다. 이들은 모두 조회수가 높은 게시글에 답글을 달거나, 인용글을 만드는 등 인기 트윗에 '기생'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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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오히려 AI 봇의 활동을 부추겼다는 평가다. 머스크가 지난해 X의 부분 유료화를 도입한 이후 게시글의 조회수에 따라 수익을 제공받는 정책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수익 창출을 원하는 이용자들이 여러 유령계정을 이용해 공유가 많은 게시글에 의미 없는 답글을 끊임없이 작성하는 방식으로 조회수를 올리는 방식이다.
일반 이용자들은 AI 봇들이 기존 글에 붙어 계속 같은 게시글을 생산해내기 때문에 SNS가 해야 할 역할인 검색과 소통이 불가능해졌다는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인간과 달리 생성형 AI가 운영하는 계정의 특성상 시간 간격 없이 무한히 게시글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의미 없는 게시글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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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봇들이 서로 만들어내는 '깡통 대화'도 문제로 꼽힌다. 자동 대화 과정을 통해 게시글의 수가 늘어나며 거짓 정보를 키우기 때문이다. AI업계 관계자들은 "유령 AI 봇들이 '진짜 생성형 AI'를 바보로 만들고 있다"며 "생성형 AI의 알고리즘은 AI가 작성한 가짜 정보만 크롤링하는 중"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더욱 큰 문제는 AI 봇이 기존 사용자들의 게시글을 학습해 인간과 완벽히 똑같은 답글까지 달 수 있다는 점이다. 향후 여론 조작에 악용될 우려도 제기됐다. 실제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AI 봇 계정 1200개 이상이 적발됐다. 일부 게시글은 무려 30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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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인도를 중심으로 '트윗 봇'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업자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파키스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컴퓨터공학자 아와이스 유사프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ChatGPT 트위터 봇'을 판매하고 있다. 얼마나 복잡한 게시글을 생산할 수 있는지에 따라 최소 30달러에서 최대 500달러까지 가격을 책정했다.
X를 활용해 마케팅을 펼치는 국내 브랜드들 다수도 AI 봇으로 인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젊은 여성 잠재고객들이 많이 모인 X의 특성상 홍보 창구로서 버릴 수 없는 존재"라며 "AI 봇들이 게시글에 너무 많이 붙어 실제 고객들의 반응을 살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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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봇에 대한 불편에 X는 "정상적으로 개설된 계정"이라며 "이용 수칙을 위반하지 않은 이용자의 계정을 차단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밝힌 상태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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