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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로 오픈런 무대, 사건에 빠져들다…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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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아이엠컬처, 쇼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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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일은 항상 같은 장소에서 일어난다."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3부작을 관통하는 건 미국 시카고 렉싱턴 호텔 661호다. 이곳에서 1923년, 1934년, 1943년까지 10년을 주기로 일어난 사건이 독립된 이야기로 펼쳐진다. 각각의 이야기들이 완결성을 갖췄지만, 세 편이 하나의 서사로 연결되는 옴니버스 구조다. 실험적인 전개와 연극 무대에서 보기 힘든 누아르 액션, 여기에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더해져 2015년 초연부터 연극 애호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매년 큰 사랑을 받았다. 7년 만에 돌아온 공연 역시 오픈과 동시에 매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카포네 트릴로지' 공연장은 들어가는 입구부터 여타 다른 공연들과 다르다. 오래된 호텔 로비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복도를 지나 '661'이라고 쓰여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미국 시카고 렉싱턴 호텔 룸이 펼쳐진다.
    /사진=아이엠컬처, 쇼노트
    /사진=아이엠컬처, 쇼노트
    첫 이야기 '로키'(LOKI)는 '파멸의 광대'라는 부제와 함께 1923년을 배경으로 한다. 렉싱턴 호텔 바의 쇼걸 롤라 킨은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을 이어간다. 이와 함께 끝없는 살인이 펼쳐진다. 거짓으로 가득한 결혼식을 치루기 전날, 거짓과 거짓이 만나면서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벌어진다.

    두 번째 이야기 '루시퍼'(LUCIFER), 타락천사는 1934년 시카고에서 마피아 카포네처럼 되지 않겠다며 조직의 2인자를 자처하는 닉 니티와 그의 아내 말린의 이야기가 661호에서 펼쳐진다. 말린에게 가장 위험한 도시인 시카고에서 닉은 661호가 가장 안전한 공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총성은 울린다.

    마지막 세 번째 이야기 타이틀 '빈디치'(VINDICI) 복수의 화신은 극의 주인공인 젊은 경찰 빈디치에게서 따왔다. 661호에 머물게 된 빈디치가 복수를 꿈꾸는 가운데, 그가 수사하는 20년 전 롤라 킨 사건, 9년 전 닉 니티 사건이 자연스럽게 뒤얽히며 이야기가 완결된다.
    /사진=아이엠컬처, 쇼노트
    /사진=아이엠컬처, 쇼노트
    침대와 화장대가 전부인 무대를 가운데 두고 단 3명의 배우가 연기로 오롯이 모든 공간을 채운다. 객석은 양옆에 설치돼 있어 이곳을 찾는 관객 모두가 이 방에서 벌어진 사건의 목격자가 되는 구조다. 가장 뒷좌석에서도 배우들의 얼굴 떨림까지 모두 포착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만큼 생동감 있는 연기 '체험'이 가능하다는 게 '카포네 트릴로지'의 가장 큰 매력이다.

    캐릭터는 올드맨(이석준, 정성일, 김주헌 분), 영맨(김도빈, 최호승, 최정우), 레이디(임강희, 정우연, 김주연)로 나눠 9명의 배우가 각각의 이야기에 맞춰 연기한다. 배우 1명이 3개의 각본을 소화해야 하는 구조이지만,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이들의 폭발적인 에너지가 661호를 압도한다는 평이다.

    러닝타임 75분. 오는 6월 1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상연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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