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쇳물 뽑아 자동차까지 수직계열화…현대차가 유일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이 24일(현지시간) 발표한 ‘210억달러(약 31조원) 미국 투자’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관세 대응’과 ‘수직계열화’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의 해외 1호 생산거점을 루이지애나주에 마련하고 미국 현지 자동차 생산량을 120만 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미국에서 쇳물부터 자동차까지 모든 걸 직접 하는 회사는 현대차그룹뿐이다. 자동차 뼈대와 핵심 부품(현대모비스 등)도 현지에서 만든다. 물류(현대글로비스)도 직접 한다. 철강재와 주요 부품 등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다른 자동차 메이커보다 꼼꼼하게 품질 관리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장 트렌드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음을 산 덕분에 관세율을 낮출 가능성이 생긴 것도 이번 대규모 투자의 성과로 꼽힌다.

◇ 물류 중심지에 제철소 건설

26일(현지시간) 준공식을 앞둔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3호 공장인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작업자들이 아이오닉 5를 조립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26일(현지시간) 준공식을 앞둔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3호 공장인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 작업자들이 아이오닉 5를 조립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는 2028년까지 4년 동안 진행된다. 가장 많은 돈을 들이는 분야는 자동차(86억달러)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26일 미국 조지아주에 문을 여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생산 규모를 연 30만 대에서 50만 대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앨라배마(현대차)와 조지아(기아)에 있는 기존 공장의 생산설비 현대화 작업도 벌인다. 이를 통해 현재 연 100만 대 수준인 미국 생산능력을 120만 대로 늘리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한국(연 331만 대)에 현대차그룹의 ‘넘버2’ 생산 국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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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톱티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자체 제철소 건립이 필수라고 봤다. 자동차 원자재의 핵심인 철강재를 직접 만들어야 품질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동차 생산 원가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미국 전기로 업체들은 연간 생산량의 5% 정도만 자동차용 강판으로 공급하지만 현대제철은 70%(연간 270만t 중 약 180만t)를 생산하는 만큼 원가 경쟁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루이지애나주를 선택한 건 미시시피강과 미국만(멕시코만)이 만나는 물류 요충지여서다. 바다에서 원료를 받고, 생산한 철강재를 미시시피강을 통해 현대차·기아 공장이 있는 앨라배마주와 조지아주에 보내기도 편리하다.

현대차그룹은 HMGMA 생산능력 확대에 맞춰 설비를 증설해 부품 현지화율을 높이고, 배터리팩 등 전기차 핵심 부품의 현지 조달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 및 SK온과 각각 손잡고 올해 가동을 목표로 조지아주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미국 내 공급망을 현지화하고 미국 인력 채용도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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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 투자 강화…美 SMR도 추진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내놓으면서 미래산업을 빼놓지 않았다. 모두 63억달러를 미래산업과 에너지 부문에 투입하기로 했다. 자율주행, 로봇, 인공지능(AI), 미래항공교통(AAM) 등 미래 기술에서 성과를 낸 현지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현대차그룹의 미국 현지법인인 보스턴다이내믹스(로봇), 슈퍼널(AAM), 모셔널(자율주행)에도 힘을 싣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대표적인 혁신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엔비디아, 웨이모, 로보틱스앤드AI연구소(RAI) 등이 현대차와 손잡았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신설한 미래전략본부를 통해 미국 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선제적 투자도 집행할 계획이다.

원자력, 재생에너지 분야 투자와 함께 전기차 충전소 확충에도 힘을 보탠다. 현대건설은 미국 홀텍인터내셔널과 손잡고 올해 말 미국 미시간주에 ‘꿈의 원자력 발전’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전(SMR) 건설에 나선다.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 태양광발전소 사업권을 인수한 현대엔지니어링은 2027년 상반기에 상업운전에 나설 계획이다.

신정은/김형규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