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코앞까지 번진 산불> 25일 울산 울주군 송대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인근 대단지 아파트 앞까지 확산됐다.  소방당국은 이날 경남 산청·하동, 경북 의성·안동, 울산 울주, 경남 김해 등에서 이어진 산불 진화에 총력전을 펼쳤다. 산불을 피해 대피한 이재민은 전국적으로 5489명에 달한다.  연합뉴스
<아파트 코앞까지 번진 산불> 25일 울산 울주군 송대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인근 대단지 아파트 앞까지 확산됐다. 소방당국은 이날 경남 산청·하동, 경북 의성·안동, 울산 울주, 경남 김해 등에서 이어진 산불 진화에 총력전을 펼쳤다. 산불을 피해 대피한 이재민은 전국적으로 5489명에 달한다. 연합뉴스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나흘째로 접어들었지만 불길이 잡히지 않고 확산일로다. 한때 70%에 육박했던 진화율은 강풍으로 인해 다시 50%대로 주저앉았다. 의성에서 시작된 불이 안동으로 확산되자 안동시는 전 주민에 대피령을 내렸다. 의성의 천년사찰 고운사가 화마에 휩쓸려 전소됐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까지 위협하고 있다.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은 주불을 잡지 못한 상황에서 한때 지리산국립공원 인근까지 확산돼 소방당국에 초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주불 잡히지 않고 확산일로


안동 하회마을·지리산까지 위협하는 화마…천년고찰 고운사 전소
25일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경남 산청·하동, 경북 의성·안동, 울산 울주, 경남 김해 등에서 여전히 산불 진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의성과 안동 진화율이 62%로 가장 낮고, 경남 산청·하동은 90%, 울산 울주는 92%까지 진화가 진행됐다. 충북 옥천과 경남 김해 산불은 진화가 완료됐다.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산림 면적은 의성·안동 1만4501ha, 산청·하동 1572ha, 울주 467ha, 김해 97ha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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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의성에서 안동으로 번지고 있는 산불이다. 피해 규모만 서울 여의도 면적(약 290ha)의 50배에 달한다. 성묘객 실화로 발생한 산불로 의성과 안동에서만 2678명이 대피했고 주택도 101개소가 사라졌다. 인명피해도 늘고 있다. 산불로 인한 인명피해는 15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70%까지 상승했던 진화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일대 산 정상 부근에 순간 최대 풍속 초속 35m에 이르는 강한 바람이 불면서 산불의 기세가 되살아나고 있어서다. 의성 안평면에 있던 소방지휘본부도 의성읍으로 대피했다. 불은 의성과 인접한 안동 길안면 야산으로 확산됐다. 중앙고속도로 의성 나들목에서부터 안동 분기점과 서산영덕선 안동JC~청송 IC 방향 양방향은 출입이 전면 통제됐다.

◇진화 인력·장비난 심각


소방당국은 의성과 안동에만 헬기 77대와 3700여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그럼에도 일부 현장에서는 인력과 장비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전날 밤 국가 소방동원령 3호를 발령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동원령 3호는 대규모 재난 시 발령되며 전국에서 소방차 200대 이상의 소방인력과 장비가 총동원된다. 3호 발령으로 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 등 13개 시도에서 펌프차 등 73대가 추가 동원됐으며, 경상권 산불 진화에만 총 800여대의 소방차가 투입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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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헬기도 부족한 상황이다. 산림청이 보유한 50대 중 산불 진화 주력 기종인 KA-32 헬기는 29대지만 8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부품을 교체하지 못해 지난해부터 사실상 멈춰 있다. 경남 의성·산청, 울주 등 대형 산불 현장에는 현재 100여대가 투입돼 진화 중이다.

고온 건조한 날씨에 강풍까지 겹치면서 불길을 잡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경북 안동과 의성엔 지난 22일 발효된 건조주의보가 이어지고 있고 26일 새벽부터는 경북 동해안과 북동 산지에는 순간풍속 시속 70㎞를 넘는 강풍이 불 것으로 예보됐다.

27일에서야 전국에 비 소식이 있지만 경북 지역 강수량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경북 서부내륙에 5~10㎜, 대구·경북(서부내륙 제외)에 5㎜ 미만의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산불의 영향을 받은 의성, 안동 지역에 짧은 시간 동안 적은 양의 비만 내릴 것으로 예상돼 진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권용훈/임호범/김다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