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금도 통하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출간 6개월 만에 1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기네스북에 오른 베스트셀러가 있다. 36년 전인 1989년,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세계 경영을 주제로 한 성공 신화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책이다. 국내 정치·경제 등 모든 영역이 극도로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이 책은 위축된 기업인들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돈모(豚毛)를 수출하던 대한민국이 세월이 흘러 K원전, K방산, K컬처 등 ‘K브랜드’를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세계 시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한 엔지니어와 경영인들이 있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1998년부터 청년 해외취업 지원 사업(K-Move)을 운영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7만3000여 명이 해외에서 경험을 쌓았다. 2019년 6816명으로 정점을 찍었으나, 2021년 코로나19로 인해 3727명으로 감소했다. 이후 2022년 5024명, 지난해 5720명으로 다시 증가세다. 이들 중에는 글로벌 취업 경험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청년도 있고, 삶의 경험으로 활용하는 청년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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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ove는 청년 세대 요구를 반영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미국 항공우주국(NASA), 호주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 CJ푸드빌 미국법인 등 해외 기업·기관과 연계해 ‘일 경험(WELL)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지난해 500명을 선발했고 올해는 600명으로 확대했다. 참여한 청년들에게는 월 150만원의 체재비와 국가에 따라 최대 300만원의 준비금도 지원한다.

지난달 기준 우리나라의 ‘쉬었음’ 청년은 50만여 명에 달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발표한 ‘2025년 청년고용포럼’ 자료에 따르면, 이들의 평균 쉼 기간은 22.7개월이었다. 주원인은 국내에서 만족할 만한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청년들의 기대 수준과 노동 시장의 현실 간 불일치에서 비롯된 수치다.

건설안전설계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다스아이티를 창업한 이형우 회장은 “국내 시장 규모가 작아 처음부터 해외를 목표로 과감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도전의 무대를 세계로 확장했고 결국 글로벌 1등 기업을 만들었다. 국내 유일의 미쉐린가이드 3스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강민구 오너 셰프는 미국 일식당 ‘노부’에서의 경험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알베르 카뮈는 “경험은 창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겪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블루오션 전략>의 저자 김위찬 교수도 레드오션에서 탈출하는 방법으로 ‘공간의 변화’를 강조한다. 낯선 공간에서의 설렘,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 새롭게 인식되는 세상의 모습 등을 겪으며 경험의 가치가 높아진다. 50만여 명의 ‘쉬었음’ 청년들이 더 넓은 바다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