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뉴스
구리 관련 상장지수증권(ETN)이 이달 들어 두 자릿수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산 구리에 관세 부과를 검토하는 가운데 미국으로 미리 수출하려는 움직임에 공급이 부족해지자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구리 가격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국내 ETN 수익률 상위 10개 중 6개가 구리 레버리지 상품으로 집계됐다. 이중 '신한 레버리지 구리 선물'이 26.69%로 가장 높았다. 이외 'KB 레버리지 구리 선물(H)' 'N2 레버리지 구리 선물(H)' '삼성 레버리지 구리 선물(H)' 등 5개 상품 수익률도 23.98%에서 25.95% 수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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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구리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ETN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같은 기간 21.87% 급락한 '삼성 인버스 2X 구리 선물(H)'을 비롯해 'N2 인버스 레버리지 구리 선물(H)' 'KB 인버스 2X 구리 선물(H)' 등 6개 상품이 20%대 하락률을 보였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지난 24일 구리 현물 가격은 전일보다 1.05% 상승한 t당 9916.45달러를 기록했다. 연초(8691.69달러)와 비교하면 14.09% 뛴 수준이다. 19일엔 장중 t당 1만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미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구리 선물 가격도 지난 24일 파운드당 5.0925달러로 연초 대비 26.49% 급등했다. 지난해 5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5.199달러에 근접한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리에 관세 부과를 시사하자 가격 상승에 불이 붙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의 구리 수입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이는 철강·알루미늄과 마찬가지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것으로 구리에도 25% 수준의 관세가 매겨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골드만삭스와 시티그룹 등 투자은행(IB)들은 연말까지 구리에 25%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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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생산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글로벌 구리 업체들은 미국에 구리를 미리 보내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세계 현물 시장에선 공급이 부족해졌다. 미국으로의 구리 수출이 늘어나면 이를 제외한 다른 시장에선 긴축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 관세 불확실성에 차익거래도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ME 구리 대비 COMEX 구리 가격 괴리는 통상 1% 내외인데 최근 10% 이상까지 벌어졌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불확실성 속 미국 실물 소비자들의 선(先)구매 움직임이 COMEX 구리 가격 프리미엄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리 수요가 이어지면서 오는 2분기까지도 가격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옥지회 삼성선물 연구원은 "구리에 대해 최소 수개월에서 1년까지 소요되는 장기간의 상무부 조사가 예정돼 있다"며 "미국으로 구리를 이동할 충분한 시간이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에 따른 비(非)미국의 구리 긴축과 미국 매집은 관세 일정이 명확해지는 2~3분기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심지어 일정이 제시된 후에도 연말 관세 발효 전까지 매집이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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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연구원은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기조 속 장기 수요 낙관론을 밑도는 공급 증가세가 t당 9000달러선의 구리 가격 하방 경직성을 지지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 관세 불확실성에 따른 미국 소비자 주도의 전략 광물 쟁탈전으로 구리 가격의 상대적인 강세 모멘텀(동력)은 지속될 것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