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솔 광수' 언급한 이창용…"지역문제, 개인 사명감에 의존할 수 없다" [강진규의 BOK워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최근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한 강원 지역의 시골의사를 언급하며 "위축되는 지역경제가 개인의 사명감에만 의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별관 컨퍼런스룸에서 통계청과 한은이 함께 지역균형발전을 주제로 연 공동 포럼에서 환영사를 하면서다.

이 총재가 언급한 인물은 나는솔로에 나온 '광수'다. 그는 강원 인제군 기린면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방송에서 "이전에 계셨던 의사가 돌아가신 후 혼자만 남았다"며 "동네의 유일한 의사"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지역을 떠날 수 없다"고 했다. 이 총재는 "한편으로는 의사로서의 헌신에 깊은 존경심을 느꼈다"고 말했지만 지역 문제에 대한 우려를 함께 드러냈다.

ADVERTISEMENT

이 총재는 지역간 불균형이 초저출산과 가계부채 등 구조적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과도한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치열한 경쟁과 높은 주거 비용이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는 원인"이라며 "경제, 교육, 의료,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의 핵심 기능이 서울에 집중돼있어 다른 선택지를 갖기 어렵다"고 봤다.

또 "부모 입장에서도 '인서울'이라는 목표를 위해 빚을 내서라도 높은 집값을 감당하며 사교육 환경이 좋은 지역에 거주하려고 한다"고 짚었다. 이 과정에서 "서울은 풍부한 일자리와 높은 소득 수준을 유지하지만 경제 전체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개인의 행복은 희생되고 있다"는 것이 이 총재의 판단이다.

지역의 발전을 위해 그간 정부가 추진하던 지역균형 발전 정책은 효과가 적은 것으로 이 총재는 보고 있다. 그는 "정책 지원을 여러 지역에 분산하는 방식이 실제로 의도한 효과를 거두었는지에 대해서는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며 "대안으로 2~6개의 소수 거점도시에 핵심 인프라와 자원을 집중 투자해 일자리와 교육·문화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수도권에 버금가는 정주 여건을 조성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그는 "거점도시가 아닌 지역은 뒤쳐지라는 것이냐는 비판이 있지만 서울의 낙수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좀 더 가까운 거점도시의 파급효과가 훨씬 현실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통계청이 작성한 분기별 지역내총생산(GRDP)과 한은의 지역별 주택시가총액에 관한 분석 내용이 발표됐다. 이 총재는 "지역 발전을 위한 정책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의 경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라며 "분기별 GRDP 발표가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는 데 핵심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