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4일 뉴욕 증시. 사진=연합뉴스
2월 24일 뉴욕 증시.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매그니피센트7(M7)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에 나서고 있는 해외 주식 투자자들에게 "리스크 추구 성향이 과도하다"며 경고에 나섰다. 한은은 "미 주식시장이 부진할 경우 손실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며 "일부 종목에 대한 과도한 편중을 줄여야한다"고 지적했다.

26일 이재민 한은 해외투자분석팀 과장은 블로그에 '서학개미, 이제는 분산투자가 필요할 때'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은이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개인 투자자의 미국 주식투자잔액 비중은 지난 2019년 말 58.2%에서 최근에도 90.4% 수준으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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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 주식 중에서도 M7으로 대표되는 성장주와 지수의 2~3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투자가 많았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의 상위 5개 보유종목은 테슬라(147억달러), 엔비디아(105억달러), 애플(40억달러), 팔란티어(29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29억달러) 등 기술주였다. 6위는 나스닥100 지수를 3배 추종하는 레버리지ETF인 TQQQ(24억달러)였다. TQQQ의 전체 시가총액(204억달러) 중 한국 개인투자자의 지분율은 11.9%에 달했다. 테슬라 주가의 2배를 추종하는 TSLL의 한국 투자자 지분은 약 13억달러로 전체의 40.5%였다.

한은은 이같은 위험 추구 성향의 투자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주가가 오를 때는 큰 수익을 얻지만 내릴 때는 손실이 크게 불어나기 때문이다. 한은은 미국 주식시장이 고강도 긴축으로 무너진 지난 2022년과 같은 사례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시 미 증시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이 겹치면서 급락했다. S&P500 지수는 19.4% 하락했고, 국민연금 등 자산운용사를 포함한 국내 투자자 수익률도 -19.2%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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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서학개미의 수익률은 -35.4%로 평균보다 두배 가까운 손실을 기록했다. 이 과장은 "당시에도 개인투자자들은 M7 종목이나 레버리지 ETF에 투자를 집중했다"며 "이들 종목의 수익률 하락폭이 평균보다 컸기 때문에 손실이 불어났다"고 지적했다. 한은의 분석에 따르면 연 -40% 수준의 손실을 입을 경우, 이를 S&P500 등 지수 추종 투자로 만회하는데 약 8.6년이 걸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서도 서학개미는 저가 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한달 간(2월 19일∼3월 19일) 전체 해외투자 순투자액 45억 달러 중 M7 주식(8억 달러), 주요 레버리지 ETF(16억 달러)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 과장은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일부 기관에서 미 증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며 "손실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투자이익을 쌓아가기 위해 국내외 다른 종목에 대한 분산투자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