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차 관세 25%'…정치 스캔들 돌파용?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1. 오락가락 트럼프
26일 뉴욕 증시는 보합권에서 조용히 출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나는 아마 상호적 대응보다 더 관대한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이에 대해 CNBC는 "부가가치세, 환율 조작, 규제와 같은 비관세 장벽을 모두 포함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보도했습니다. 긍정적이었죠.
하지만 어젯밤 뉴스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몇 가지 예외가 있다는 걸 알고 있고, 이는 계속 논의 중이지만 너무 많은 예외를 두고 싶지 않다. 우리는 항상 약하고 부드러웠다. 그 돈의 일부를 돌려받을 때가 됐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부정적입니다.
트럼프는 또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휴전협정을 질질 끌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2. 내구재 주문 좋았지만…
▶2월 내구재 주문 : 0.9% (예상 -1.0%, 1월 3.2%)
▶운송장비 제외 : 0.7% (예상 0.2%, 1월 0.0%)
▶항공기 제외 비국방 자본재 주문 : -0.3% (예상 0.2%, 1월 0.8%)
아직은 소프트 데이터만 흔들리고 있지만, 기간이 길어진다면 하드 데이터도 악화할 수 있습니다. 애틀랜타연방은행의 GDP나우는 1분기 GDP 추정치를 -1.8%로 유지했습니다. 여기에는 최근 관세 위협으로 금, 은, 구리 등 수입이 급증하면서 무역적자가 늘어난 게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데요. 애틀랜타 연은이 금 수입분을 제외하고 계산한 GDP 추정치도 +0.2%에 불과합니다.
3. 더 커진 '예멘 챗 스캔들'
시장 분위기를 흐린 것은 정치적 스캔들이었습니다. 아침 10시께 시사잡지 애틀랜틱은 '예멘 챗 스캔들' 관련,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구체적 작전 시간과 공격 수단 등을 시그널 채팅방에 올렸다는 것을 사진과 함께 추가 폭로했습니다. 이 기사를 보면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 15일 '후티(예멘의 친이란 반군) PC 소그룹'이라는 채팅방에 "낮 12시 15분 F-18 전투기가 첫 타격을 위해 출격"하고, "오후 1시 45분 F-18의 타격, 공격용 드론 출격"이 이뤄지며, "오후 3시 36분 F-18에 의한 2차 공격 및 해상에서의 토마호크 미사일 첫 발사"가 이뤄진다는 내용을 자세히 알렸습니다.
4. 갑자기 튀어나온 자동차 관세
미 언론은 오후 12시께 "백악관이 오늘 자동차 관세를 발표한다"라고 속보를 띄웠습니다. 백악관의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후 4시 오벌오피스에서 세부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갑자기 베네수엘라 에너지 수입국에 대한 2차 관세가 발표되는 등 관세가 여러 가지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내부 정치적 목적으로도 쓰일 수 있죠. 에버코어ISI는 "시장은 4월 2일 상호관세가 애초 우려만큼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보도에 긍정적으로 반응해왔지만, 거기에는 이면도 있다. 구리 반도체 자동차 등 4월 2일 이후에도 상당한 무역 불확실성이 지속할 수 있으며 게다가 트럼프는 2차 관세라는 새로운 와일드카드를 도입했다. 이 개념은 제재에서 빌린 것으로, 그동안 미국은 특정한 경우 제재 대상 기업과 거래하는 곳에 2차 제재를 부과했다. 그런데 그런 개념을 관세에 적용하고, 무역과 관련 없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차 관세를 활용하는 것은 4월 2일이 관세 불확실성의 정점이 될 가능성을 더욱 낮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주가는 하락세를 지속했습니다. 자동차 관세 발표가 오후 4시 장 마감 때여서 내림세를 막을 만한 게 없었습니다.
▶미국에서 제조되지 않은 모든 자동차 및 경트럭에 대해 새로운 25% 관세를 부과한다
▶관세는 4월 2일부터 시행한다. 관세 부과로 연간 1000억 달러의 세수 증가를 기대한다. 관세는 나의 4년 임기 내내 유지될 것이다
▶차량이 미국에서 제조된 경우 자동차 대출 이자에 대한 세금 공제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 제작한 부품이 외국산 자동차에 들어간 경우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상호관세) 우리는 매우 공정할 것이다. 매우 관대하게 할 것이다. 많은 경우 관세는 다른 나라가 수십년간 미국에 부과했던 것보다 낮을 것이다. 사람들이 매우 즐겁게 놀랄 것이라고 생각한다
5. "연방정부 부도 8~9월"
미 의회예산국(CBO)은 연방정부가 디폴트에 도달하는 '엑스 데이트(X date)'가 5월 말~9월 사이에 닥치리라고 추정했습니다. X date는 재무부가 가진 돈이 고갈되는 시점으로 부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21일 부채한도가 상한에 도달한 뒤 재무부는 특별 조치를 통해 돈을 아껴 쓰고 있는데요. CBO는 "부채한도가 변경되지 않으면 정부가 특별 조치를 사용해 차입할 수 있는 능력은 8월이나 9월 고갈될 가능성이 크다. 재정 수요가 크면 5월 말이나 6월 어느 시점에 재원이 고갈될 수 있다"라고 예상했습니다.
6. AI 수요 감소?
주가 내림세는 매그니피선트 7 주식이 주도했습니다. AI 관련 투자 지출이 감소할 수 있다는 얘기들이 곳곳에서 나온 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TD코웬은 마이크로소프트가 2기가와트 전략 용량의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에서 손을 뗐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TD코웬은 지난 2월 처음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일부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있다고 전해 시장에 파장을 안겼었는데요. 오늘 최신 업데이트를 내놓은 것입니다. TD코웬은 "우리는 데이터센터의 임대 취소 및 연기가 현재 수요 예측보다 과잉을 빚는 공급 때문이라고 계속 믿고 있다"라고 적었습니다.
7. 200일선 또 붕괴
결국, S&P500 지수는 1.12%, 나스닥은 2.04% 하락했고요. 다우는 0.31% 떨어졌습니다. 업종별로는 필수소비재와 유틸리티 등 5개가 오르고 IT, 커뮤니케이션서비스 등 6개가 내렸습니다. 매도세가 시장 전반에서 나타났다기보다는 기술주 위주로 하락했다는 얘기입니다. 실제 동등비중 S&P500 지수는 0.20% 내리는 데 그쳤습니다.
바클레이스는 S&P500 지수 연말 전망치를 6600에서 5900으로 낮췄습니다. 바클레이스는 "관세로 인해 미국 경제 활동이 상당히 둔화하겠지만 경기 침체까지는 이르지 않으리라고 가정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기업 이익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런 기본 시나리오가 이뤄질 확률은 60%로 봤습니다. 바클레이스는 트럼프가 관세를 철회하는 강세 시나리오에서는 6700(25% 확률)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고,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막대한 관세로 경기 침체가 가시화될 경우 하락장에 빠져 4400(1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제시했습니다.
8. 브릿지워터 "미 자산 위험"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릿지워터는 트럼프의 탈세계화가 미국 증시 등 자산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그렉 젠슨 공동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 미국 자산 가격은 글로벌 협력과 자유로운 정책 결정권을 가진 정책당국이 필요하지만, 이 두 가지가 모두 위협받고 있다. 미국 자산 환경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의미 있게 위험해졌다"라고 주장했습니다.
① 미국 자산 가격은 대규모 자본 유입을 필요로 한다
=미국 증시가 글로벌 증시 대비 현재의 시가총액 비중을 유지하려면, 세계 시장에 유입되는 달러 중 70%를 미국 시장이 흡수해야 한다. 그러나 무역적자 축소 및 주요 동맹국과의 무역 긴장 고조가 이런 시스템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 외국인의 미국 자산 보유 규모는 미국 투자자의 해외 자산 보유 규모를 크게 상회하고 있는데, 새 환경에서는 이런 균형이 바뀔 수 있다.
=미국 기업은 미국 경제의 글로벌 비중 대비 압도적인 글로벌 이익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유지하려면 세계 각국이 이를 용인해야 한다. 그러나 탈세계화가 진행될 경우, 이는 실현되기 어려워질 것이다. 특히 관세를 부과받은 국가들이 보복 조치로 다국적 미국 기업을 타겟으로 삼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기업의 강한 이익 성장은 부분적으로 재정적자 확대의 결과였다. 그러나 정부효율부(DOGE) 활동 등에 따른 재정적자 감축 의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민간 부문의 차입 증가가 정부 차입 감소를 상쇄하지 못한다면, 이는 반대로 작용할 것이다.
④ Fed의 정책 대응 여력 축소
=디스인플레이션이 멈추면서 Fed는 압박받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어서 경기 둔화 시 대응할 여지는 남아 있지만, 선제적으로 완화 정책을 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는 작년 말까지 미국 자산 가격을 지지했던 주요 요인이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