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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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반등에 시동을 걸던 자동차주가 다음달 2일로 예고된 미국의 관세 부과 발표를 맞닥뜨리며 멈춰섰다.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대미 투자 발표로 인한 투자심리 개선, 이달 공매도 재개와 맞물린 외국인 수급 확대 기대로 반등세를 보인 주가도 꺾였다. 다만 증권가에선 그동안 관세 우려가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일시적 조정에 그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27일 오전 9시49분 기준 현대차는 전 거래일보다 2.59% 내린 21만6250원에 거래되고 있다. 기아는 1.68% 하락한 9만9700원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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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미국에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다음달 2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투자심리가 경색됐다.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투자로 일각에선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에서 한발짝 비켜날 여지가 점쳐지기도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재확인하면서 "모든 국가"를 상대로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며 예외를 두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현대차의 국내 수출(118만대)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54%(64만대)로 절반을 넘어선다. 기아의 국내 수출(101만대) 중 미국 비중은 38%(38만대)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처럼 모든 수입차, 즉 한국산 자동차도 관세 대상에 포함될 경우 국내 자동차 수출과 생산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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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날 자동차주가 관세 충격에 조정을 받고 있지만 추세적으론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이들 주가에 관세 우려가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오히려 최근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대미 투자 계획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현대차그룹 관련주는 정의선 회장이 미국에 오는 2028년까지 총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상승세를 탔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서 생산하는 현대차는 관세를 낼 필요 없다"고 밝히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자동차지수는 이달 들어 전날까지 9.78% 상승했다. 해당 기간 전체 KRX지수 중 가장 많이 올랐다. 현대차와 기아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같은 기간 이들 주가는 각각 15.30%와 8.80% 뛰었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발표처럼 수입산 자동차에 25% 관세가 그대로 부과될 경우 현대차의 올해 영업마진(1분기 제외)에서 30%보다 낮은 수준으로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 같은 우려는 이미 주가에 모두 반영됐기 때문에 앞으로 추가적인 조정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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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현대차그룹이 최근 발표한 31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에는 완성차뿐 아니라 부품·철강·액화천연가스 등도 포함돼 있다"며 "이는 미국 현지에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을 구축하겠다는 것으로, 장기적으로 관세 영향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에는 실적이 개선되는 흐름을 통해서 관세 우려가 해소되는 그림이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모든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라면서 "미국에서 생산된 차에는 전혀 관세가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자동차주가 이달 말 재개되는 공매도의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이를 다시 사들여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내는 투자 방법이다. 모든 종목에 대한 공매도 재개는 2020년 3월 코로나19 여파로 전면 금지된 지 5년 만이다.

자동차주 주가가 그동안 트럼프발 관세 우려로 내리막길을 걸은 만큼 저평가 매력이 부각돼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KRX자동차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전날 기준 각각 5.78배와 0.6배다. 코스피지수의 PER(13.87배)과 PBR(0.92배)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외국인의 수급이 개선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현대차와 기아를 각각 3475억원과 707억원어치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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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 2009·2011·2021년 공매도 재개 사례를 보면 외국인 수급 개선으로 펀더멘털(기초체력) 대비 저평가된 업종과 종목에 대한 관심이 확대된 바 있다"며 "자동차주는 관세와 실적 피크아웃(정점 통과) 등 우려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극히 저평가된 상태로 공매도 재개에 따른 외국인 수급이 확대될 경우 투자 매력이 부각될 가능성 높다"고 진단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