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릴 베이비 드릴” 기대했는데…셰일업계 “관세 폭탄에 생산비만 증가”[원자재 포커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됐던 셰일 업계가 예상과는 달리 생산 비용 급등으로 고전하고 있다는 댈러스 연방은행의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각종 관세 부과 조치와 그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오히려 석유 업계의 생산 활동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제기된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댈러스 연은이 최근 셰일 기업 130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30%는 “작년 말 이후 사업 전망이 악화했다”는 평가를 했다. 특히 지난 1분기에 불확실성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응답이 주를 이뤘다. 응답자들은 미국 최대 셰일 오일·가스 생산지인 ‘퍼미안 분지’에서 사업을 영위 중이다. 이곳은 미국 전체 원유 생산량의 약 40%를 담당하는 핵심적인 에너지 공급원이다.

이번 조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한 이후 처음 실시된 설문조사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만이 고스란히 담겼다. 업계 경영진들은 “유가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업계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종가 기준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69.65달러다. 셰일 유전은 고갈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지속적인 자본 투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WTI 유가 추이(사진=FT 캡처)
WTI 유가 추이(사진=FT 캡처)
라피단 에너지 그룹의 선임 분석가 헌터 콘파인드는 “이번 설문조사는 트럼프가 내세운 ‘드릴, 베이비, 드릴’에 대한 시장의 회의론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어“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는 ‘추가적인 생산 비용’”이라며 “배럴당 50달러의 유가는 원유 생산에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불확실성이 계속되면 생산자들은 적극적으로 원유 생산을 확대할 수 없고, 그로 인해 생산 활동이 둔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응답자는 “유가가 계속 하락하면 우리는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FT에 전했다. 설문조사에서 셰일 업계는 유가가 배럴당 최소 65달러 이상 되어야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환경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약속하며 셰일 업계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 산업의 핵심 원자재인 알루미늄과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등 오히려 생산비용을 늘리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트럼프 관세 영향 전망(사진=FT 캡처)
트럼프 관세 영향 전망(사진=FT 캡처)
‘50달러 유가’에 대한 정부의 입장도 업계와 상반된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로 떨어지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 역시 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셰일 업계는 이 가격(배럴당 50달러)에서도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석유 업계 내부에서도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한 생산자는 설문조사에서 “40년 넘게 이 업계에 몸담는 동안 우리 업계가 이렇게 불확실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