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 산불이 이어지고 있는 27일 경북 의성군 고운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뉴스1
전국 곳곳에 산불이 이어지고 있는 27일 경북 의성군 고운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21일 경남 산청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이 7일째 이어지면서 봄꽃철을 맞아 국내 여행 촉진에 나섰던 국내 여행·숙박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산불 피해지역 인근을 중심으로 예약 취소가 이어진 데 이어 경상권 전반으로도 여행 수요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 경상권 지자체들은 봄꽃 축제를 취소하거나 축소·연기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경북 의성과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에서 발생한 산불 진화율이 24%로 나타났다. 이번 산불로 산림훼손과 문화유산 소실은 물론 지난 26일 오후 4시 기준 사망자가 26명에 달하는 등 인명 피해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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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국가지정 보물 2건, 천연기념물 3건, 명승 3건, 민속문화유산 3건, 시·도지정 4건 등 총 15건의 문화유산이 피해를 입었다. 경북 의성의 천년고찰 고운사는 불길을 이기지 못하고 소실됐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대형 산불은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인근까지 번지면서 문화유산 보존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경남 산청·하동 산불 엿새째인 26일 하동군 옥종면 일대에 활짝 핀 벚꽃 뒤로 산불진화 헬기가 산불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경남 산청·하동 산불 엿새째인 26일 하동군 옥종면 일대에 활짝 핀 벚꽃 뒤로 산불진화 헬기가 산불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봄꽃여행 모객에 나섰던 국내 여행·숙박업계도 직간접적 피해가 예상된다. 국내 전문 여행사에서는 봄꽃 개화 시즌을 앞두고 안동과 산청 등으로 떠나는 봄나들이 상품으로 모객해 왔다. 산불로 인해 일정 진행이 불가능한 상품을 취소 안내하고 있지만 주변 환경 훼손으로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내 전문 여행사인 승우여행사 관계자는 "산불 발생지역과 인접한 곳에서 안전하다는 확인이 되더라도 이번 주는 행사를 취소했다"며 "정상 출발 예정인 전라도 지역 상품도 수수료 없이 취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행사 관계자는 "축제 시즌이면 국내여행 수요가 몰리는데 대형 산불로 여행심리가 위축될 수 있어 예의주시 중"이라며 "이번 사태로 관련지역 상품 예약 고객에게 무료 취소 안내를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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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지역 여행 상품이 취소되는 데 이어 산불 피해지역이 아닌 경주·포항까지 취소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4월 첫째 주에 안동 여행을 예약한 A씨는 "현재 상황에서 여행을 가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며 "예약한 숙소에서도 연기 때문에 마스크 쓰고 다니는 상황이라 다음에 오는 걸 추천했다"고 말했다.

이번 주말 경주와 부산여행을 계획 중이라는 B씨는 "화재지역이 아니라 숙소 취소도 안 되는데 여행 떠나도 될지 고민된다"고 했다.
화개장터 벚꽃축제 취소 안내문. 사진=하동군청 홈페이지 캡처
화개장터 벚꽃축제 취소 안내문. 사진=하동군청 홈페이지 캡처
봄꽃축제를 앞둔 경남지역 지자체도 비상이다. 산불재난 국가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발령되면서 예정된 축제를 취소하거나 축소·연기에 나섰다. 통영시는 오는 29∼30일 봉숫골 일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20회 봉숫골 꽃 나들이 축제'를 다음 달 5∼6일로 연기했다. 남해군도 오는 28∼29일로 예정된 '꽃 피는 남해 축제'와 '제7회 창선고사리 축제'를 잠정 연기했다. 창녕군은 오는 28∼30일 예정됐던 부곡온천 축제를 다음 달 25∼27일로 미뤘다. 하동군은 오는 28∼30일로 예정됐던 제27회 화개장터 벚꽃축제를 전면 취소했다.

이 밖에도 축제를 계획했던 지자체들은 대형산불로 인한 피해가 확산하는 점을 고려해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추가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역 관광업계와 경제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