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전북 순창군 쌍치면 한 야산에서 났다가 잡힌 산불이 27일 오전 되살아나 주변으로 번지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소방본부 제공
26일 전북 순창군 쌍치면 한 야산에서 났다가 잡힌 산불이 27일 오전 되살아나 주변으로 번지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소방본부 제공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로 번진 경북 산불 사태와 관련해 고령층 우선 대피와 이재민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27일 오전 6차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산불 피해가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전국 지자체에 선제적 대피체계 가동을 강력히 요청했다.

중대본은 “산불 피해 면적이 3만5810㏊에 달해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2000년 동해안 산불(2만3794㏊)보다 1만㏊ 이상 넓다”며 “이재민도 2만40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26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피해 규모는 서울 전체 면적(6만여 ㏊)의 60%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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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조력자 지정해 함께 대피하도록 준비해야”

산불 사망자 대부분이 60대 이상 고령층이라는 점에서 정부는 우선 대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대본은 “피해자 중 다수가 신속한 대피가 어려웠고, 일부는 대피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며 “혼자 이동이 어려운 노약자, 장애인은 조력자를 미리 정해 산불 징후 시 함께 대피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지자체는 바람의 방향과 세기, 산불의 확산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대피 유도에 나서야 한다”며 “학교 운동장, 하천변, 공터 등 안전지대로 미리 이동하도록 지역주민과 통반장, 이장단, 경찰 등이 협력해 체계를 가동해달라”고 지시했다.
27일 경북 청송군 서산영덕고속도로 청송휴게소(상주방향)가 산불에 폐허가 돼 있다. 연합뉴스
27일 경북 청송군 서산영덕고속도로 청송휴게소(상주방향)가 산불에 폐허가 돼 있다. 연합뉴스

“이재민 숙소, 민간시설까지 동원…심리 회복 지원도”


산불 피해가 장기화되면서 이재민을 위한 주거·심리 지원 대책도 강화된다. 중대본은 “임시 대피소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민간과 공공기관의 숙박시설까지 적극 활용하겠다”며 “기초 생필품 지원은 물론, 재난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심리지원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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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진화작업에 나선 인력들의 피로도도 누적되고 있다. 정부는 “고온과 연기 속에서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는 산림·소방·군·지자체 관계자들의 헌신 덕분에 피해를 줄이고 있다”며 “조금만 더 힘을 내달라”고 당부했다.
전국 곳곳에 산불이 이어지고 있는 27일 오전 경북 안동시 시내가 산불 연기와 안개로 뿌옇게 보이고 있다. 뉴스1
전국 곳곳에 산불이 이어지고 있는 27일 오전 경북 안동시 시내가 산불 연기와 안개로 뿌옇게 보이고 있다. 뉴스1
이날 오후까지 전국적으로 비가 예보돼 있지만, 중대본은 “경북 지역은 5㎜ 안팎의 적은 강수량이 예상돼 진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며 “모든 기관이 끝까지 협력해 산불 진화에 총력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정부는 “본격적인 대형 산불 시기가 시작된 만큼, 산불 미발생 지역도 순찰과 예방활동을 철저히 해달라”며 추가 인명피해 방지에 각별한 주의를 요청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