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 미국 마이크론이 글로벌 영업 담당 부사장 명의로 고객사와 협력사에 서신을 보내 “제품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지난 25일 공식 통보했다. 인상폭은 10% 정도로 알려졌다.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감산 여파로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중국의 소비 회복 등에 힘입어 수요가 늘자 가격 인상을 선언한 것이다. 마이크론은 “최근 메모리 반도체와 데이터저장장치(SSD) 시장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이런 추세는 2026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메모리 업황 회복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반도체업계 일각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뿐만 아니라 범용 D램·낸드플래시 시장에도 봄이 오고 있다”고 해석했다.
"범용 메모리값 뛴다"…삼성·SK 인상 움직임 낸드는 2분기 최대 15% 오를 듯…"삼성 가격 인상 앞두고 공급조절"
지난 10일 미국 샌디스크,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낸드플래시 5위권 업체가 가격 인상을 추진할 때만 해도 시장은 업황 회복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돈이 급한 업체의 독자 행동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세계 3위 메모리 기업인 마이크론도 가격 인상을 공식 선언하자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시장조사업체도 “2분기 일부 품목의 가격 상승”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반도체업계에선 “삼성전자의 가격 인상도 머지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6년까지 업황 좋다”
마이크론은 지난 25일 ‘가격 인상 통지’ 서신에서 “메모리 반도체와 관련한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예상치 못한 수요 증가가 목격되고 있다”며 “메모리(D램, 낸드플래시)와 데이터저장장치(SSD)에서 2025~2026년에 걸쳐 수요 강세 신호가 잡힌다”고 적었다. 업계는 마이크론이 가격을 최대 11%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시장에선 재고 감소 신호가 뚜렷하다. 중국에서 정부가 새 전자제품을 살 때 보조금을 주는 ‘이구환신’ 정책에 따라 스마트폰 판매가 늘며 모바일기기용 D램 재고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 제조사의 D램 재고가 지난해 말 ‘10주 치 이상’에서 현재 적정 수준인 ‘5~6주 치’까지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25% 관세 부과’ 엄포는 메모리 반도체 고객의 수요를 부채질하고 있다. 주요 전자회사는 메모리 반도체에 관세가 붙어 가격이 더 오를 것을 대비해 ‘사재기’에 나섰다.
‘인공지능(AI) 확산’도 업황 회복을 이끌고 있다. AI 서버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는 고대역폭메모리(HBM)만 있는 게 아니다. 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LPDDR), 그래픽DDR(GDDR), SSD 같은 범용 제품도 많이 투입된다. 서버 내 데이터 저장·연산을 모두 값비싼 HBM에 맡길 필요가 없어서다. 엔비디아 차세대 AI 가속기인 ‘GB300’의 중앙처리장치(CPU) 옆에 LPDDR5로 구성된 모듈이 들어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 가격 인상 여부 주목
시장조사업체들도 업황 회복론을 꺼내고 있다. 대만 트렌드포스는 올 2분기 트리플레벨셀(TLC), 쿼드러플레벨셀(QLC) 등 최신 낸드플래시 가격에 대해 ‘전 분기 대비 최대 15% 상승’을 예상했다. D램도 LPDDR5 등 최신 제품은 5%가량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1분기에 일부 품목 가격이 최대 23% 떨어질 것으로 본 것을 감안하면 업황 회복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심사는 메모리업계 1위 삼성전자도 가격 인상에 나설지다. 대만 반도체 거래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다음달 가격 인상 이후 제품을 풀기 위해 이달 공급 물량을 잠갔다”는 얘기가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이날 “최근 D램 공급사가 ‘가격’을 중시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가격 인상 동참을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상락 SK하이닉스 GSM(글로벌세일즈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이날 “지난해 하반기 고객의 소비가 많아졌고 공급자의 판매 재고도 줄어든 상황이지만 관세 이슈도 관련이 있다”며 “고객 수요에 유동적으로 대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