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적' 차 관세에도 뉴욕 증시 조용했던 이유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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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자동차 관세부터 꺼내 들었는데요. 월가에서는 자동차 업계에 막대한 충격과 변화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GM의 예를 들어 공급망 조정, 부품값 조정, 생산계획 변경 등으로 관세 부담의 30~50%를 자체적으로 떠안고 나머지는 자동차 가격을 올릴 것으로 봤습니다. 골드만삭스는 "과거 자동차 한 자릿수 가격 상승 시, 한 자릿수 수요 감소가 나타났었다"라면서 "이번에 비용 증가분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면 수요 감소 폭이 두 자릿수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JP모건도 비슷한 의견입니다. JP모건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절반은 수입차다. 관세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하면 대당 가격이 4000~5300달러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습니다. JP모건은 미국 생산 비율이 높은 포드 스텔란티스 혼다 등이 유리하고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는 페라리, 포르셰, 재규어가 가장 부정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GM(60~70%가 미국산)의 목표주가를 64달러에서 53달러로, 포드(80%가 미국산)는 13달러에서 11달러로 낮췄습니다.
일부에서는 미국에서 100% 미국산을 판매하는 테슬라가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테슬라도 부품을 따지면 65~79%만 미국산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X에서 "테슬라도 무사하지 않다. 관세 영향은 테슬라에도 상당하다"라고 밝혔습니다.
① 관세 지속하지 않을 것?
트럼프는 자동차 관세가 영구적이고 예외가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관세 적용 범위가 넓고 관세율이 높은 만큼 월가에서는 결국 협상을 거쳐 관세율이 낮아지거나 예외가 인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에버코어ISI는 "중장기적으로 엔진 공급망을 미국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라면서 "트럼프가 미국산 차량에 대해서만 대출 이자를 세금 공제해주겠다고 했는데, 이는 각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더 강한 입장을 취하며 면제 조치를 줄이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발표된 자동차 관세가 협상을 통해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특히 캐나다와 멕시코는 일단 지켜보는 것 같은데, 우리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최종 목표는 USMCA 재협상이며, 이들 국가에 대한 잠재적인 광범위한 관세는 일시적일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외환 시장은 어제 25% 관세 발표에도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멕시코, 캐나다, 독일, 일본, 한국 등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 국가들의 통화는 의미 있게 하락하지 않았습니다. ING는 "아마도 외환 시장은 관세 피로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고, 이미 가격에 반영되어 있을 뿐 아니라, 트럼프가 다음주 상호관세가 상당히 관대할 수 있다고 말한 데 따른 반응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ICE 달러인덱스는 오늘 0.26% 내린 104.27선에 거래됐습니다.
도이치뱅크는 "트럼프 행정부의 말을 더 많이 들을수록, 그들이 장기적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하다면 단기 시장 실적과 경제 성장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더 잘 알게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② 경기 침체는 없다?
미국 증시는 관세 충격으로 인해 이미 10%까지 떨어졌습니다. 과거를 보면 경기 침체가 나타나야 추가로 더 많이 하락할 것입니다. 도이치뱅크에 따르면 과거 20% 이상 떨어져 하락장으로 전환된 경우 대부분은 이전 12개월, 이후 12개월 내에 경기 침체가 나타난 경우였습니다.
4분기 GDP 성장률 확정치는 전기 대비 연율 2.4%로 집계됐습니다. 잠정치 2.3%보다 0.1%포인트 높아졌습니다. 미국은 GDP를 속보치와 잠정치, 확정치 등 3번에 걸쳐서 발표하죠. 가장 중요한 개인소비지출(PCE)은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잠정치 4.2%보다 하향 조정됐지만, 순 수출이 증가한 게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웰스파고는 이에 대해 "4분기는 오래된 역사이고 1분기는 악화할 조짐을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블랙록의 릭 리더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이 침체에 빠지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앞으로 몇 주 동안 (관세 발표로 인해) 기업들이 손을 놓고 있고 사람들도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경기 침체 주장을 반박할 만한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오늘 데이터가 나온 뒤 1분기 GDP 추정치를 연율 1.0%로 낮췄습니다. 낮아진 것이지만, 아직 경기 침체 수준은 아닙니다.
③ “상호관세는 관대하다”
시장이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버틴 것은 어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관련 발언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매우 관대하게 할 것이다. 많은 경우 관세는 다른 나라가 수십 년간 미국에 부과했던 것보다 낮을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매우 즐겁게 놀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CNBC는 상호관세율을 고려할 때 부가가치세(VAT) 등 비관세장벽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골드만삭스의 예측을 보면 무역상대국과 미국과의 관세율 차이는 1.3%포인트에 불과합니다. 만약 관세율 차이만 반영한다면 상호관세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 관세 차이로 인한 1.3%포인트
▶ 비관세 조치(수출 보조금 등) 6%포인트
▶ 통화 평가절하로 인한 최대 15%포인트
▶ 세금 정책(부가가치세 등)으로 인한 최대 15%포인트
옵션 시장에서는 4월 2일 관세 발표가 주가에 나쁘겠지만 재앙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베팅하고 있습니다. CNBC에 따르면 4월 4일 만기를 맞는 지수 옵션을 보면 다음주 S&P500 지수는 2.5%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통상적인 1.9% 미만보다 아주 폭발적인 움직임을 기대하지는 않는 것이죠.
4월 2일 이후에는 관세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많은데요. 펀드스트랫의 톰 리 설립자는 "지금은 4월 2일에 투자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시장은 근시안적으로 관세와 관세에 대한 명확성을 얻는 데 관심이 크다고 본다. 하지만 관세는 트럼프 행정부 목표의 일부일 뿐이다. 트럼프는 규제 비용을 줄이고 세금 감면을 연장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투자자들이 올해 남은 기간 그런 것들을 고려하기 시작하면 흥분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많은 자금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배런스는 "시장은 4월 2일 상호관세가 예상보다 덜 심각할 수 있다는 희망, 자동차와 같은 업종별 관세는 나중에 발효될 것이라는 보도를 믿어왔다. 하지만 자동차 관세가 금세 발표되면서 투자자 기대를 무너뜨렸다. 자동차 관세는 마침내 명확해졌지만, 아마도 내용은 투자자들이 원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게다가 의약품, 반도체, 목재, 구리 등에 대한 관세 발표도 여전히 남아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어제 새로운 목표가 3350달러를 제시했습니다. 최상의 시나리오에서는 350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봤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중국 보험사(중국 정부는 최근 보험사가 자산의 1%를 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함)와 소매 수요를 주시하라고 밝혔습니다. 또 중국 인민은행이 "현재 보유 외환의 약 10%를 금으로 갖고 있는데 이를 +30%까지 높일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미 달러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고 있고,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가 악화하고 있어 달러를 보유할 이유가 약해지고 있다는 얘기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미 달러화 가치를 계속 낮출 수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금값을 더욱 뒷받침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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