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떼 칼럼] 뮤지컬 평론은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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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의 유기적 구조와 음악에 대한 분석
선순환적 담론의 장을 형성하는 뮤지컬 평론
김소정 뮤지컬 평론가
선순환적 담론의 장을 형성하는 뮤지컬 평론
김소정 뮤지컬 평론가
뮤지컬 평론은 리뷰나 칼럼과 그 성격을 달리한다. ‘평론’은 단순히 작품에 대한 설명이나 감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특정 작품이 그 (예술) 세계에서 어떤 위치에 자리하며, 동시대적 맥락에서 어떤 사회적 의미를 갖는지와 미학적 가치까지 논하는 글이다. 그렇기에 오랜 시간 한 분야에 대한 넓고 깊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며, 실시간 빠르게 변화하며 성장하는 시장에 있어서 기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그렇기에 ‘평론’은 그 분야에 대한 엄청난 애정을 전제로 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뮤지컬 평론은 다른 장르에 비해 다소 그 존재를 강하게 드러내지 못했다. 이는 ‘상업 예술’이라는 무시할 수 없는 장르적 특성과, ‘강한 대중성’을 내재한다는 장르의 근본적 속성 때문일 것이다. 제작사와 관객은 평론의 필요성을 크게 절감하지 못한다. 제작사의 주 관심사는 손익분기점이기에, 필연적으로 이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에 집중하게 된다.
특히, 한국 뮤지컬 시장은 ‘작품 그 자체’보다는 ‘배우 캐스팅’이 부각되는 구조이다. 그렇기에 제작사뿐 아니라 관객의 관심은 대체로 배우로 향할 수밖에 없다. 한국 뮤지컬 시장은 스타 마케팅을 중심으로 급격한 성장을 해왔고, 캐스팅이 작품의 흥행 성공 여부와 직결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전례 없는 호황기를 맞이한 뮤지컬 시장의 중심에도 역시 배우가 있었다. 물론 배우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창작의 완성은 배우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연 때 어떤 배우가 캐스팅되고, 그 배우가 작품의 캐릭터를 어떻게 구현하고 작품 전반의 색깔을 입혀내는지는 작품의 향후 지속성과 성공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이미 배우 중심으로 구축된 한국 뮤지컬 시장이 대중화에 성공한 지금, 어떤 이유에서 ‘뮤지컬 평론’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뮤지컬은 이미 관객 중심의 리뷰 문화가 확고히 자리 잡고 있을 뿐 아니라, 평론이 독자의 개인적인 감상과 상충하는 경우, 평론을 읽는 독자는 비싸게 구매한 티켓값이 생각나며 기분만 상하게 될 수 있는데 말이다.
뮤지컬에서 평론의 존재 당위성과 그 힘이 약했던 것은, 이미 앞서 언급했듯이 어떻게 보면 타 공연 장르에 비해 접근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대중성과 상업성이 극대화되어 나타나는 공연예술 장르라는 근원적인 성격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어로 진행되는 뮤지컬을 보면서 사람들은 특정 장면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혹은 감춰진 심오한 메시지를 발견하기 위한 작품에 대한 추가적인 해석을 요구하지 않는다. 뮤지컬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즐겁게 관람할 수 있도록 (물론 한국 뮤지컬의 경우 대개 위로, 공감 등이 더욱 중심이 되기는 하지만)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관객은 오페라나 클래식처럼 공연 관람전 혹은 후에 평론을 찾아보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극을 이해할 수 있으며, 작품을 관람한 이후에는 어렵지 않게 본인의 SNS에 후기(리뷰)를 남길 수 있다. 그러나 대중성, 상업성이 강한 예술이라고 해서 평론의 존재가 무색한 것은 아니다. 영화, 대중예술, 대중음악 평론가가 존재하며 이들의 평론은 사회적 담론과 연결되어 시사점을 제시하기도 한다.
한국 뮤지컬 관객들은 자신의 후기를 SNS에 공유하는 데 상당히 적극적이다. 관객이 작품 선정에 있어 다양한 후기를 보며, 작품 및 캐스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화 속, 뮤지컬 평론의 기능과 지향점은 어떻게 논의될 수 있을까?
뮤지컬은 대사와 노래, 그리고 안무가 더해진 종합예술이라는 점에서 다른 예술과 그 성격을 분명 달리한다. 언어로 구성된 대사 이외에 음악으로서의 언어인 노래와, 신체의 언어인 안무가 극 구조 속에서 어떻게 존재하는지와 이들 간에 어떤 유기적 구조가 구축되는지가 중요하다. 음악의 경우 대사가 직접적으로 드러내 주지 않는 것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많기에, 음악에 대한 분석은 기호로서의 언어가 보여주는 극의 흐름이나 메시지 이외 숨겨진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한다.
그렇기에 뮤지컬 평론가에게 뮤지컬 어법과 구조에 대한 선 이해는 필수적이며, 그들은 또한 전체 뮤지컬 시장에서 특정 작품이 어떤 위치에 자리할 수 있는지와 현재 공연계의 흐름을 파악하여 평론 안에 이를 함께 논한다. 뮤지컬 평론은 관객이 미처 보지 못했던 세심한 지점을 보여주거나, 관객이 파악하기 힘든 맥락을 집어 줄 수도 있다. 더불어 단순히 작품에 대한 내재적인 평만이 아니라 외부적인 차원에서 그 작품이 갖는 부차적인 의미 또한 조명하여 작품에 대한 관객의 인상을 전환할 수도 있다.
평론가가 평론을 쓰는 이유는 관객 위에 서기 위함이 아니다. 혹은 특정 작품을 비난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관객, 제작사 그리고 창작진과 함께 선순환적 담론의 장을 형성하는 해석적 주최자로서 기능하며 지금보다 나은 뮤지컬계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앞으로 뮤지컬 평론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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