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현장 소방관 "시원한 커피 간절했는데…" 훈훈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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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재난 속에서도 헌신하는 소방관들의 수고에 힘을 실어주려는 이들의 감동적인 사연은 이어졌다.
의성 화재 현장에서 화재를 진압중인 현직 소방관 A 씨는 3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화재로 인해 가족을 잃거나 소중한 터전을 잃으신 많은 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국가 재난급 화재를 겪으면서 불이라는 게 정말 무섭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어 "25일 새벽 의성종합운동장으로 가는 중에 한 카페에 '커피를 무료로 준다'는 글씨를 보고 정신없는 와중에도 '참 고마운 분들이 참 많구나' 생각하면서 지나쳤다"면서 "산불이 계속 번지고 밥 한 끼 먹을 시간도 없었다. 불이 바람을 타고 동쪽으로 번져가는 상황이었던지라 커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밤새 화재 진압과 급수 활동을 하고 다음 날 교대하기 위해 내려오니 좀 살겠더라.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샤워, 그다음 커피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이 간절해서 전날 봤던 카페가 생각났지만 무료로 뭔가를 받는다는 게 죄송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갈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지나는 길인데 일부러 다른 데를 가기도 뭐해서 장비를 챙기고 이것저것 정리 후 봤던 카페로 향했는데 사장님이 너무 반갑게 맞아주셨다"고 소개했다.
A 소방관은 "동료들과 마실 커피를 주문하니 사장님께서 오히려 더 좋아하셨다"면서 "오히려 사장님이 '어제도 혹시나 소방관, 경찰관들이 올까 싶어 늦게까지 가게를 열어뒀는데 아무도 오지 않아서 너무 서운했다'고 하시더라. 다른 동료들한테 많이 전해달라는 사장님께 너무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컴포즈커피 측은 "지금 이 순간에도 힘든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 화재 진압과 피해 복구를 위해 노력하시는 모든 소방대원 및 관계자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안전과 건강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새벽 5시를 기준으로 산불 인명피해는 사망 30명, 중상 9명, 경상 36명 등 75명이라고 밝혔다.
경북도는 안동, 의성, 청송, 영양, 영덕 등 '경북 산불 발생' 5개 지역에 헬기 59대 등 장비 594대와 3421명의 인력을 투입해 주불 진화가 끝난 산불 현장의 잔불 정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잔불 정리 작업에는 안동 1036명, 의성 1049명, 청송 427명, 영양 481명, 영덕 428명 등 5개 지역에 3421명의 진화대원, 소방, 군인, 경찰, 공무원 등이 동원됐다.
또 안동 34대, 영양 9대, 의성 8대, 청송 5대, 영덕 3대 등 59대의 헬기가 동원됐고 진화지휘차 80대와 소방차 455대 등 535대의 장비가 각 지역에 분산 배치돼 잔불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전국에서 발생한 11개 중대형 산불로 피해 면적은 현재까지 4만8238헥타르(㏊)로 추정된다. 이는 서울 면적(6만520헥타르)의 80%에 이른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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