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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과 질감으로 채운 무대…춤이 된 거장의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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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세대 디자이너 서영희
    국립무용단 '미인' 의상 제작
    30년 커리어 중 첫 무대 작업

    "다양한 몸 선 보여주는
    무용수들에 경외심 느껴"
    고깔에 형형색색 LED(발광다이오드) 전구가 달린 서영희의 전통무용 무대 의상.  보그코리아 제공
    고깔에 형형색색 LED(발광다이오드) 전구가 달린 서영희의 전통무용 무대 의상. 보그코리아 제공
    잡지 보그코리아의 1세대 스타일리스트로 패션계에서 입지를 구축한 서영희 디자이너(64·사진). 30여 년 패션계 커리어 중 처음으로 무용수를 위한 옷을 지었다. 그는 국립무용단이 4월 2~6일 공연하는 신작 ‘미인’의 의상과 오브제 디자인을 담당했다. 무용수들에게 수백 가지 의상과 장신구를 걸쳐보고 있던 그를 최근 서울 국립극장에서 만났다.

    “멈춰 서 있는 모델에게 옷을 입혀보는 것과 무용수의 몸에 맞는 옷을 입히는 건 다른 차원이더라고요. 제가 어려움을 느낄 때마다 양정웅 연출, 정보경 안무가 등 제작진과 계속 소통하며 의상을 다듬어 나갔습니다.”

    ‘미인’은 국립무용단 여성 무용수로만 구성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정교한 몸짓과 강렬한 에너지의 대비를 담아내 전통미와 동시대 감각을 넘나들겠다는 게 기획 의도다. 무대에선 산조와 살풀이, 부채춤, 강강술래, 북춤, 탈춤 등 11개 민속춤판이 벌어진다. 서영희는 이 11개의 춤에 어울리는 의상과 오브제를 기획 단계에서부터 제작해 나갔다. 그는 “매일같이 움직이는 이들의 몸을 볼 때 어떤 경지를 느꼈다”고 했다.

    색과 질감으로 채운 무대…춤이 된 거장의 옷
    “숨만 쉬어도 몸의 선(線)이 달라지는 사람들이었어요. 경외심이 들었고 현대적 감각을 살린 전통 무용 의상을 신나게 만들었습니다.” 제작진은 탈춤에서 탈을 없애거나 승무의 고깔에 LED(발광다이오드) 전구를 다는 등 역발상을 하며 기획 의도를 다듬어나갔다. 꼭 동작으로만 보여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린 것. 예를 들면 부채춤에서 부챗살은 한복 치마의 세로 주름으로 표현됐고, 살풀이춤에서 넋을 달래기 위해 쓰는 상여 모양의 작은 상자 속 종이 인형은 무용수들의 모자로 재탄생했다.

    이번 무대는 그만큼 의상, 오브제가 무용과 대등한 위치에 올랐다는 걸 의미한다. 오트쿠튀르 컬렉션을 연상케 하는 의상과 장신구 등 오브제를 합치면 500점. “무용에 관해 잘 아는 고수 관객도 있겠지만 무대 전체를 그림처럼 보러 오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그러기에 ‘옷’으로 심심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탈춤 의상은 밖에서 보면 검은색인데 안감에서 형형한 색상이 보이도록 연출했고 가발처럼 보이는 헤드피스도 안감과 색을 맞췄어요. 탈은 없지만 탈의 원형이 매우 화려하단 점에 착안한 것이지요.”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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